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 추리소설작가 쯔진천을 주목하시라.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처음 읽고나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어요.

이번 작품은 제목처럼 증거를 남기지 않는 무증거범죄를 다루고 있어요.

항저우 시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다섯 건의 연쇄 살인사건은 매우 이상한 특징 때문에 큰 이슈가 되었어요.

범인은 매번 살인 현장에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메모와 함께 흉기에 지문을 남겼다는 것.

이렇듯 공개적으로 공안기관을 도발했으나 아직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요.

아마 이 부분에서 다들 범인의 지문이 있는데 왜 못 잡는지 의아해 할 거예요.

중국은 지문등록이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상 필요한 경우에만 지문수집이 가능한가봐요.


항저우시에서 오빠와 함께 국숫집을 하는 아가씨 주후이루는 오랫동안 동네 깡패 쉬톈딩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어느날 순간적인 실수로 궈워라는 청년과 함께 그 깡패를 죽였어요. 당황하며 자수를 망설이던 찰나, 한 중년의 남자가 나타나 놀라운 제안을 했어요.

"만일, 만일 만회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보겠나?"   (83p)


『무증거 범죄』에는 두 명의 천재가 등장해요.

저장대학교 수학과 교수 옌량과 과거 성 공안청 수사 전문가팀 요원이었던 뤄원.

원래 두 사람은 형사였지만 각자 나름의 이유 때문에 그만 둔 상태예요.

특히 뤄원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요. 8년 전 아내와 딸이 실종된 이후 일을 포기한 채 실낱같은 단서를 추적하다가 항저우 시에 온지 3년이 됐어요.

항저우 시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맡겨된 특별조사팀의 자오톄민 팀장은 경찰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유명한 범죄논리학 전문가 옌량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옌량은 다섯 번째 살인 사건, 즉 깡패 쉬텐딩의 죽음에서 심상치 않은 점을 발견했어요. 그건 바로 범인의 진짜 범행 동기.

자오톄민 팀장은 깡패 주변인들을 조사하다가 그 깡패가 죽기 며칠 전에 개를 학대했고, 누군가 그 개를 구해서 뤄원에게 준 것을 보고 깡패가 300위안을 달라고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그 일로 수사관을 보내 뤄원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혐의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옌량은 오래 전 동료였던 뤄원의 소식을 듣게 됐어요.

옌량이 기억하는 뤄원은 누구보다 정의감이 투철하고 능력있는 법의관이었어요. 뤄원은 '어떤 동기에 의한 것이든 범죄는 모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해요. 누구보다도 뛰어난 경찰직을 수행했던 두 사람이라서 그만 두게 된 사연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만일, 만일 자신의 엄청난 실수를 만회할 방법이 있다면 그걸 거부할 수 있을까요... 양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본인의 자유지만, 결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요.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산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를 비난할 수 없어요.

추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뿐 아니라 연민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무증지죄』가 넷플릭스 방영중이에요.  드라마는 기본 틀을 제외하면 각색된 부분이 있어서 또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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