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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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의 저자 바버라 립스카는 신경과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인 뇌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임상의는 아니고,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산하 인간두뇌수집원 원장입니다.

그곳에서 30년간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뇌 조직과 세포, 분자 연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온 뇌신경과학자입니다.

특히 조현병의 원인을 전두피질에서 발견한 장본인입니다.

이 발견은 전 세계에서 크나큰 관심을 받으며 '조현병의 신생아 해마 병변 모델' 또는 짧게 줄여 '립스카 모델'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뇌과학 연구 보고서가 아닙니다.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 바버라 립스카의 생존기입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밝은 에너지가 넘쳤고, 무엇이든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 훈련할 정도로 강인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뇌가 망가지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습니다.


2009년에는 유방암 3기를, 2011년에는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피부암인 흑색종 1B기를 이겨냈고,

2013년 국립정신보건원 산하 뇌 은행 원장으로 임명되어 조현병과 같은 질병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전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잘되어갈 것만 같은 그때... 2015년 어느 목요일 아침, 오른손이 사라졌습니다.

실제 손목이 잘린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증상입니다. 그건 바로 뇌종양의 증상.

유방암과 흑색종은 종종 뇌로 전이되어 뇌 뒤쪽에서 시각을 통제하는 영역인 후두엽에 생긴 뇌종양 때문에 이런 기괴한 시각 상실 증상이 벌어집니다.


2015년 6월, 아무런 경고 없이 뇌에 전이된 흑색종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빠져들었고 그 상태는 약 두 달간 지속되었습니다.

너무나 끔찍한 건 뇌가 파괴되는 동안 가족들과의 관계도 파탄 직전이었는데 당시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남편 미레크와 딸 카시아는 병원에서 돌아온 그날 저녁의 바버라를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에 나오는 어린 소년 카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바버라의 텅 빈 눈빛과 싸늘한 표정, 신랄한 말들... 놀랍게도 바버라는 자신이 얼마나 지독하게 굴었는지는 전혀 모른 채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음모를 꾸민다고 확신했습니다.

뇌수술과 임상 시험 면역치료 이후 바버라의 전두엽은 공격을 받는 중이었고, 그로 인해 성격이 변했던 것입니다. 여섯 개의 종양과 그 주변의 부기가 자기 성찰을 하는 부위인 전두엽의 작동을 멈춰버렸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전두엽의 이상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멀쩡한 전두엽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장애를 인지하는 못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특징입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에는 부인이나 대처 기제로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그 병 자체가 발현되는 양상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믿지 않으므로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뇌종양과 정신질환이라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 뒤, 치료에 성공한 저자는 정신장애의 어두운 세계에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바버라는 수십 년간 뇌를 공부하고 정신질환을 연구해왔지만, 자신이 몸소 정신질환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고통을 온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간 카이를 찾아나섰던 겔다처럼 끝까지 바버라 곁을 지켜줬습니다.

특히 남편 미레크는 감동적인 말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일축합니다.


"인생은 팀 스포츠야!"  (362p)


바버라는 이 책을 통해서 뇌과학자 입장이 아니라 아팠던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암이 환자의 잘못이 아닌 것과 똑같이 정신질환도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신질환을 대하는 가장 적절한 태도는 공감과 치료법을 찾으려는 헌신임을 깨닫게 하는 일에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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