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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세계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3월
평점 :
"항상 당신에게 사는 것만을 가르쳐왔다면 2분만에 죽음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해요.
우리는 살점으로 만들어졌지만 마치 철로 만들어진 것처럼 행동해요.
그게 문제죠.
그런데 사람들은 그 반대여야 한다는 걸 잊어버려요.
용감한 사람들은 전에는 겁쟁이였어요.
만일 당신이 보잘것없는 겁쟁이였다면 위대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엄마는 항상 내가 '인디고 어린아이'였다고 말하곤 했어요."
"인디고?"
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인디고는 푸른색 색조예요."
소년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이 세상에 푸른색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었어요.
그들은 이상할 정도로 지혜롭고 감수성이 풍부하지요.
그들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요.
매년 그 인디고 어린이들 중 한 명이 태어나요.
나는 인디고 아이가 아니란 걸 알지만, 그런 아이들이 있다는 생각만 해도 좋아요." (133p)
《푸른 세계》는 스페인의 대표 작가 알베르트 에스피노사의 자전적 소설이에요.
그는 열네 살 때 암 선고를 받았어요. 어린 소년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죽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많지만, 이 소설은 매우 특별한 것 같아요.
우리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혼돈'이라는 단어로 단숨에 바꿔버렸어요.
그 혼돈은 원래의 혼돈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작을 알려줬어요.
푸른 세계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이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열일곱 살 소년이에요.
앞으로 사흘 뒤면 열여덟 살이 되지만, 그 나이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지금 주치의로부터 '죽음'이라는 단어를 똑똑히 들었으니까요.
그 순간 '나'는 병원을 뛰쳐나왔어요. 병원에서 죽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나'는 내 죽음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어요.
비행기를 타고 어떤 섬에 도착했어요. 열 살쯤 된 소년이 노란색 컨버터블 자동차 옆에서 팻말을 들고 있었어요.
차 뒷자석에는 개가 한 마리 있었어요. 팻말에는 '그랜드호텔'과 함께 주인공의 이름이 쓰여 있었어요.
그 섬에는 죽음을 앞둔 소년과 소녀들이 모여 있었어요.
각 그룹은 열 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주인공이 섬에 초대된 건 먼저 온 사람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보기 위한 거라고 소년이 말했어요.
그룹의 마지막 사람이 떠나면 주인공이 그룹의 리더가 되고 뒤이어 아홉 명이 차차 도착하게 될 거라고 했어요.
이 섬의 규칙은 그룹의 리더가 주제를 결정하기 전까지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거예요. 이를테면 어떤 그룹의 리더는 화가의 이름을 선택했고, 그 그룹 사람들은 자신과 가장 닮은 화가의 이름을 고르면 돼요. 주인공은 리더가 된다는 말에 당황했어요. 그러나 몸통 소년은 어떤 세대도 5일 또는 6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이 모든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리더로 있지는 못할 거라고 말했어요. 여긴 그랜드호텔이 아니었어요. 그곳에 가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섬이 마지막 삶이고, 그랜드호텔로 가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거예요.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주인공 '나'의 마지막 생각이 진짜 나에게 전해졌으니까요. 푸른 세계가 시작되고 있어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에요. 주인공의 느낌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도 삶을 깨우는 자극이 되었어요.
"그래, 한번 해보자."
이 말이 항상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어야 하리라.
바로 그 순간, 푸른 세계가 내 안에서 폭발했다. (18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