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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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했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줄곧 그걸 따지며 살았는데...

제목을 보는 순간, 확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랄까.

'그렇지, 그걸 누가 알겠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삶을 살면서,

좋은 줄 알았더니 후회되고, 나쁜 줄 알았더니 다행이다 싶은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너무 힘들고 괴롭던 시절에 누군가에게 부럽다는 소리를 들었고,

남들 보기엔 별 볼일 없던 때에는 오히려 속편히 잘 지냈으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좋은지 나쁜지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저자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니던 초기에 네팔의 랑탕 지역에 오를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미 몇 번의 트레킹 경험이 있어서 나름 자신감이 넘쳤고, 셀파족 가이드 없이 슬리핑백도 없이 단출한 배낭을 챙겼습니다.

떠나기 전에 등반 전문가인 네팔인 친구에게 트레킹 일정을 설명했더니 약간 염려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하여 랑탕 트레킹은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값진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산길은 상상 이상으로 험했고, 안내자가 없어서 길을 헤맸고, 견딜 수 없는 추위에 슬리핑백도 없어서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으며, 이 인간과 인간의 교류는 이후 트레킹 방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예정된 일주일 코스를 넘겨 열흘 뒤 카트만두로 돌아왔을 때는 고산지대의 강렬한 햇빛에 얼굴은 폭탄 맞은 듯 그을리고 입술은 부르트고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정신은 어느 때보다 싱그럽고 눈빛은 형형했습니다.

 

내가 물었다.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지? 랑탕 지역의 환경을 잘 알면서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왜 조언해 주지 않았어?"

친구가 말했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너에겐 더 좋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트레킹을 할 테니까 말야. 도중에서 필요한 장비와 도구들을 구할 수 있으리란 걸 알고 있었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란 것도."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은 우리 안의 불순물을 태워 버린다.

만약 그 친구가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면 랑탕 트레킹은 내 혼에 그토록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그 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는다.

경험자들의 조언에 매달려 살아가려는 나를 직접 불확실성과 껴안게 하려고.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때 안내자가 아니라 눈앞의 실체와 만나게 하려고.

결국 삶은 답을 알려줄 것이므로.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24-25p)


저자의 경험담 그대로, 네팔인 친구는 매우 지혜로웠습니다.

섣불리 조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깨닫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실제로 양쪽 어느 상황에서든, 나였다면 주변 조언에 매달렸을 것이고 똑같이 엄청난 조언을 해줬을 것입니다.

트레킹처럼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걸 종종 잊습니다.

확실하고 안전한 것만을 좇다가 나중에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와 같은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잠시 헤매더라고 직접 부딪혀봐야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삶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알겠습니까,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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