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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자칭 글로벌 거지부부의 대만 도보 여행기.
세상에나, 이게 진짜 가능한 삶인가요?
우선 저자에 대한 소개가 필요합니다. 뭐, 소개만 봐도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구나'라는 결론에 이르겠지만.
‘백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제 부인 굶겨 죽인다'는 카더라 통신에 따라, 9살 많은 와이프의 장수를 위해 자기 계발 따윈 소홀히 하는 이 시대 진정한 애처가.
치켜 올라간 눈초리만큼이나 반항적인 성격 탓에 학업을 일찍 정리하고, 주민등록증이 나오기도 전에 사회로 나왔다. 20대 초반에는 일본에서 막노동을 해 모은 돈으로 노약자용 세발자전거를 끌고 노숙 여행을 했고, 26살에는 태국에서 만난 일본 여인의 비듬에 반해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 이듬해 전 재산 27만 원을 가지고 무거운 가장이 되었다.
결혼 후에는 철이 확 들어, 퇴근 시간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정직한 직장인으로 살았다. 그러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일을 깡그리 관두고 와이프와 여행을 떠난 에피소드가 쌓여 지금은 글쓰는 일과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사실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여행 자체가 인생처럼 느껴지는 사람의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정릉 달동네 집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겨울이 되면 난로 하나로 버티기 어려워서 따뜻한 대만에 가기로 했다는 부부의 이야기.
요즘말로 "실화냐?"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물론 대만 도보 여행뿐 아니라 대만 출판사와의 미팅이 있었다고 합니다. 국내에 출간된 저자의 책 『글로벌 거지부부』의 대만 출간이 결정되었던 것.
어찌되었건 넉넉하지 않은 여행경비로 대만 땅 1,113km를 68일간 걸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친절하고 마음 따뜻한 대만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재미있게 '구호물자'라고 표현했는데, 대만 도보 여행을 하는 내내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의 모습을 알아본 현지인들이 먹을거리를 수시로 건네줬습니다.
68일간 총 20번의 학교 야영, 9번의 종교시설 숙박, 8번의 민간 초대, 7번의 카우치서핑, 1번의 민가 침입 등으로 잘 곳을 해결했고, 구호물자를 무려 51번이나 받았습니다.
원주민 아줌마는 말도 통하지 않지만 느낌상 "왜 이런 고생을 하냐?"라는 걱정 섞인 잔소리를 했다는데, 그건 이들 부부의 속사정을 모르고 한 말씀입니다.
서울 한파를 피해서 대만에 왔어요~~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으니 - 원래 이 부부는 여행할 때 목적지? 그런 거 없음 - 대만 여행 첫날부터 개고생으로 시작하여 망했구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대만 현지인들의 친절로 무사히 도보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여행 이틀 전 대만 친구로부터 동쪽행을 권유받았는데, 친구 말을 잘 들어서 자다가도 떡이 생긴 경우.
사실 대만 도보 여행은 아내 미키가 "걷자!"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따라나선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비오는 날 걷느라고 발이 퉁퉁 붓고, 제대로 먹지 못해 배고프고, 잠잘 곳을 마련하지 못해서 정말 거지꼴을 했던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누가봐도 느린 여행을 했던 두 사람은 다투면서도 서로의 곁을 지켜줄 사람은 배우자라고, 서로 부족한 인내력으로 지탱할 수 있었던 건 대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얼마나 좋았으면 이미 4년 전 대만에서 엿새 체류한 기억을 평생 간직하려고 몸에 ' I ♥ TAIWAN'을 새겼을까요.
느리게 천천히 걷는 여행을 통해서 좋은 인연들을 만난 부부를 보면서 우리 인생과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인생은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
멋진 <인간 극장> 한 편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