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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신뢰 이동>이라는 낯선 제목이 끌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자는 단언합니다.
"지금은 불신의 시대가 아니다.
사회를 연결하는 접착제로서의 신뢰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이동했을 뿐이다." (19p)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중대한 신뢰 혁명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주장합니다.
신뢰의 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는 첫 번째 지역적 신뢰(Local trust)의 시대에서,
두 번째 제도적 신뢰(institutional trust)의 시대로,
그리고 세 번째 분산적 신뢰(distrubuted trust)의 시대로 막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신뢰 이동(trust shift)는 거대한 단일 조직에서 개별적인 영역으로의 이동을 뜻합니다.
신뢰와 영향력이 기관보다는 개인에게로 향했고, 개별 고객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브랜드를 정의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현재 '신뢰 이동' 현상이 나타났다는 첫 번째 증거로 영국이 국민투표로 결정한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들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기술 발전으로 신뢰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연구해왔고, '협업'과 '공유경제'의 폭발적 성장이 분산적 신뢰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합니다. 분산적 신뢰를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디지털 앱이라는 기술을 통해 타인을 신뢰하는 이유와 과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사람과 조직과 컴퓨터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신뢰가 분산되면서 기존 신뢰의 계층 구조가 해체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면서 개인이 삭제하거나 변경하지 못하는 디지털 기록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신뢰 모형을 제공합니다.
정부나 은행 같은 중앙집권적 권위가 신뢰를 중재하지 않아도, 서로 신뢰하지 못할 법한 사람들이 단일한 진실이나 공동의 사건 기록에 합의할 수 있는 신뢰 모형이 생긴 것입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 다양한 개인간 직접 계약이 분산적 신뢰 방식의 비즈니스로 다수 출현했습니다.
분산적 신뢰는 잠재력은 대단하지만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며 미디어 과잉의 폐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노출되고 있습니다.
사생활이 단지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나요?
SF 시리즈 <블랙미러 Black Mirror>의 에피소드와 중국의 사회신용제도가 놀랄 만큼 유사하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시민점수가 국민들을 보다 공정하게 평가하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도구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감시와 평가의 문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오늘은 중국이지만 내일은 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온라인에서 낙인찍히고 자료를 이용당하는 미래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선택과 권리가 있습니다.우선 평가자들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뢰의 미래는 윤리의 문제입니다.
인공지능과 윤리의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리는 로봇을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 로봇이 얼마나 인간과 비슷해지기를 원하는지, 로봇의 전원을 언제 꺼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로봇을 끌 수 없다면 어떻게 로봇이 계속 우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만들지 고민해야 합니다. 로봇 개발에 있어서 자동화할 수 없는 한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인간의 신뢰입니다.
결국 로봇이 신뢰성 있고 적절히 행동하게 만드는 책임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대다수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블록체인은 인터넷처럼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우리의 소통방식을 바꿔놓았듯이, 블록체인은 가치를 교환하는 방식과 신뢰의 대상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서 이 질문에 해답을 찾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결정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결코 기계와 알고리즘에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 편집자보다 자동 검색 엔진을 신뢰하게 된다면 신뢰는 정지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뢰가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고 분산될 때 누구에게 책임이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분산적 신뢰의 커다란 난관은 시장의 힘과 인간의 탐욕에 저항할 수 있느냐, 적어도 비텨낼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신뢰의 시대, 세 번째 신뢰 혁명이 가진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변화의 속도를 받아들여 그 속도에 맞는 신뢰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고 폭넓게 책임지는 방식으로, 사람을 우선에 두는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미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