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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는 여자들
바네사 몽포르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4월
평점 :
"나는 항상 상처가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마흔이 넘도록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은 사람을 믿지 않아요." (19p)
올리비아는 '나'를 처음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어요.
여기에서 '나'는 마흔 살의 여자, 이름은 마리나라고 해요.
한 번도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서, '나'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아야 나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어요.
일 년 전 그 사람이 멀리 떠나버린 후 천천히 몰락하던 나는 올리비아를 알게 된 지 겨우 석 달 만에 완전히 달라졌어요.
올리비아는 꽃집에서 만난 그날부터 지난 3개월 동안 일어난 나의 모든 일을 글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이 글은 내 인생의 항해일지가 될 거예요. 오로지 나를 향한 항해~
<꽃을 사는 여자들>은 마드리드의 꽃집 '천사의 정원'으로 초대된 다섯 명의 여자들, 그리고 바다를 두려워하던 마리나란 여자가 일주일 동안 지중해를 항해한 이야기예요.
아마 그녀들도 몰랐을 거예요. 자신의 발길이 어떻게 '천사의 정원'을 향했는지.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몰랐을 거예요. 이미 '천사의 정원'으로 초대되었다는 걸.
올리비아가 천사의 정원을 인수하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자르뎅 델 앙헬('천사의 정원'이란 뜻)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적어도 200년 전부터 같은 이름으로 꽃집을 운영해오고 있었다고 해요. 동네 사람들은 올리비아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혹시나 올리비아가 꽃집을 그만두면 또 다른 천사가 그녀의 뒤를 잇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어요.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는 등대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올리비아는 마리나에게 테스트라면서 다음의 질문을 했어요.
"이 많은 꽃 가운데 당신은 어떤 꽃을 고르겠어요?" (22p)
마리나는 머뭇거리며, 한 번도 나를 위해 꽃을 사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요. 그렇다면 꽃 선물로 어떤 꽃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마리나는 꽃 선물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예요. 세상에나, 어떻게 그럴 수가...
어쨌든 올리비아는 마리나를 직원으로 고용했어요. 왜냐하면 마리나가 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이봐요, 삶이란 절박한 기회와 같아요. 지금도 많이 늦었는데 내일이면 더 늦어요.
당신이 일을 원한다면 그걸 잘 알고 있어야 해요." (24p)
올리비아와 함께했던 마법 같은 시간들이 마리나를 홀로 설 수 있게 해줬어요.
푸른 난초의 카산드라, 모과꽃의 빅토리아, 백합꽃의 갈라, 오렌지색 금잔화의 오로라 그리고 제비꽃의 마리나.
다섯 여자들은 비로소 자신을 위해 꽃을 사는 여자들이 되었어요. 스스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 거죠.
마지막까지 올리비아는 멋진 말로 작별인사를 했어요.
"마리나, 이걸 항상 기억해요. 모든 꽃은 꺾을 수 는 있어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465p)
파블로 네루다가 쓴 유명한 시구라고 해요.
정말이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올리비아와 천사의 정원... 꽃을 사는 여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