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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평점 :
" 세상은 오래 전부터 비열하고 저열하며 뻔뻔스러웠던 것이다.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밑바닥에서 올려다본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고 보면 그 모습이야말로 진짜였던 것이다." (219p)
『안녕, 드뷔시』가 2008년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10년 전보다 더 가혹해진 시대에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힘을 그린 이야기가 새로이 번역 출간되는 것을
조금은 슬프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9p)
이 소설은 열다섯 살 소녀 하루카에게 닥친 불행과 절망이 어떻게 '음악'을 통해 극복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감동적인 인간 극장과는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불행은 몰려서 온다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그건 불행한 사람의 탓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에 빠진 사람은 모든 무기를 잃어버린 전사와 같아서, 적들에게는 가장 만만한 상대가 됩니다.
마치 주변 모두가 그 사람의 불행을 기다렸던 것처럼...
하루카는 화재로 인해 할아버지와 사촌 루시아를 잃었고, 전신화상을 입어 수 차례 피부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고통스러운 재활훈련을 거치고, 피아노 레슨을 해주던 오즈니카 선생님을 찾아가지만 자신은 가르칠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그러나 오즈니카 선생님의 제자이자 유명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 씨가 우연히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자신이 하루카의 레슨을 맡겠다며 나섭니다.
놀랍게도 미사키 씨의 레슨은 하루키의 피아노 실력뿐 아니라 마음까지 회복시켜줍니다.
문제는, 하루카의 주변에서 불길한 일들이 자꾸만 일어난다는 것.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더니... 진짜로 누군가 하루카를 노리고 있었던 것.
왜 절망에 빠진 하루카에게 이런 불행이 계속 생기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비열하고 사악한 인간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
하지만 하루카에게는 남다른 무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음악이라는 이름의 마법입니다.
『안녕, 드뷔시』를 읽으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미사키 씨의 피아노 연주를 실제로 들을 수 없어서...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오로지 글을 통해서 '음악의 힘'을 느꼈습니다.
드뷔시의 <달빛>과 <아라베스크 제1번>... 누군가에게는 또다른 음악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금 작가의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야기와 음악에는 힘이 있다.
이는 재앙을 막는 초능력이 아닐뿐더러 죽은 자를 되살리는 마력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믿게 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힘이다." (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