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한진아 옮김 / 페이퍼타이거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는 저자 고바야시 에리코의 치열한 생존기입니다.

솔직하다 못해 너무도 투명한 삶.

어쩌면 그래서 살아내기가 힘들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 심성이 다르다 보니, 유독 여리고 약한 사람은 늘 당하는 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착한 것도 죄가 되는 세상...

고바야시 에리코도 초등학교, 중학교 때 심한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순간이 얼마나 지옥이었을까요.

세상이 지옥이라서 살아가는 의미도 존재할 가치도 없었고, 그때부터 모든 권리를 단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렵사리 대학 졸업 후 에로 만화 잡지 편집자로 근무하다가 자살 시도로 인해 퇴직하면서 정신장애인 판정을 받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게 되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할 때만 해도 절박한 상황이라 창피하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막상 매월 입급되는 기초생활보장비를 보면서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과거에 자신을 때리고 따돌리던 아이에게 잘못했다고 외치던 것처럼,

기초생활보장을 받게 해주는 세상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 같았다고.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강자를 무서워했다고... 이를테면 돈이 많은 사람, 건강한 사람...


약자는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강자의 폭력.

그녀가 비록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해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아니 일본도 우리와 똑같아서 좀 놀랐습니다. 선진국이라서 사회복지 시스템이 더 나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고바야시 에리코는 사회복지사가 남성이라서 무서우니 여성으로 바꿔주길 여러 번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처음에 미즈키 씨보다도 더 무섭게 생긴 파마 씨가 담당이 되었을 때는 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다음은 파마 씨와 에리코 씨가 나눈 대화입니다.


"아버지도 기초생활보장입니까?"

빈곤은 대물림된다고 하지만 나는 달랐다. 조금 화가 났다.

"아버지는 정년까지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서류에는 졸업한 학교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을 받으면 이런 부분까지 알려야 하나?

"일단 전문대학은 나왔군요."

"네, 나왔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학력은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

파마 씨와 면담하고 나자 무서워졌다. 술에 취한 것 같은 남성의 얼굴을 보면 옛날의 아빠가 떠오른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집으로 돌아와 파마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을 여성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왜죠?"

"집에 방문했을 때 둘만 있으면 무서워서요."

"괜찮습니다. 저는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으니까요."

뭐가 괜찮은지 모르겠다.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9-60p)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요.

정신장애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여성에게 사회복지사를 남성으로 지정한 것부터가 잘못되었습니다. 그 부당함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무시당했습니다.

그들에게 고바야시 에리코는 한 명의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 아니라 행정상의 업무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학창 시절에 그녀를 괴롭혔던 아이들의 폭력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데이케어 클리닉에서 겪은 일들은 온갖 비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울증 환자, 정신장애자, 기초생활수급자, 자살 미수... 세상이 그녀에게 붙여놓은 꼬리표들입니다.

그 꼬리표 덕분에 국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았지만, 인간적인 권리는 싸그리 무시당했습니다. 인권의 사각지대... 섬뜩하고 무서웠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고바야시 에리코의 입장으로 바라보니 이것이 현실 지옥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지 못해 살아났고, 지금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꼬리표 하나를 떼어냈습니다.

정말 잘해냈다고, 그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이 지옥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