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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오~ 이럴수가!!!
크리스마스 날에 자살을 꿈꾸다니....
실비 샤베르, 당신은 누구죠?
"오래전부터 혼자 살아요. 독신이고 자식도 없어요. 나는 외동인데 4년 전에 엄마를 잃었고,
몇 주 전엔 아빠를 잃었죠. 나는 혼자고 죽을 것같아요. 크리스마스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날이죠." (21p)
마흔다섯 살의 실비 샤베르는 얼마 전까지 병든 아빠를 수발하는 게 유일한 일과였어요.
그런데 아빠의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었어요.
물론 번듯한 직업을 가졌고, 정신적으로 아무런 질병이나 문제는 없어요.
다만 너무 외로울 뿐이에요. 늘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굿걸로 살다보니 스스로 뭔가를 선택한 적 없이 그냥 살아왔던 거예요.
그래서 자살을 결심했어요. 자살을 생각하면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으니까.
우선 자신의 자살 계획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가장 친한 친구 베로니크에겐 말할 수 없어요. 어쩌면 자살 욕구가 살해 욕구로 바뀔 위험이 있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무작정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심리치료사를 찾아봤어요.
프랑크 마르샹.
음, 프랑크, 나쁘지 않군. 젊었을 때 프랑크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었었으니까, 오케이~ 프랑크로 결정!
드디어 심리치료사 프랑크를 만나 자살 계획을 이야기했어요.
놀랍게도 그는 실비의 자살 계획을 공감하며 지지해줘요.
어떻게? 바로 이렇게요.
"좋습니다. 그럼 앞으로 두 달하고 조금 더 남았군요.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만나러 오세요.
그리고 12월 25일, 그날이 진짜 마음에 들면 오후 2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에 자살하세요.
어떻습니까, 실비?" (23p)
대신에 한 가지 제안을 해요. 상담 때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숙제 하나를 해올 것.
그 숙제는 다음 일주일 동안 뭔가 기발한 것, 자신의 성격과 반대되는 것, 나답지 않은 것을 직접 해보는 거예요.
자, 과연 실비는 자살하는 그 날까지 어떤 숙제를 하게 될까요?
ㅋㅋㅋ 웃음이 먼저 나오네요. 실비 샤베르,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어요?
죽을 생각을 하는 사람에겐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란 없는 것 같아요. 또한 삶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들로 우리를 놀라게 하죠.
아빠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실비는 자신을 위한 선물로 묘지를 샀으니까, 장의사한테 비석도 곧 주문해야겠죠?
실비 샤베르, 여기 잠들다. 1960.1.22 -2015. 12.25 (오후 2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
고마워요, 실비~
당신에게는 이 자살 계획이 엄청나게 진지한 도전일텐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면서 슬프기도 했어요.
당신 덕분에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여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결국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만, 어떻게 죽느냐는 곧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였어요. 내 인생의 선택은 오로지 내 몫인 걸.
이제 실비는 처음 소개했던 그 실비가 아니에요.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나도 이전의 내가 아닐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