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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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허우적대다가 꼬르륵... 그때는 어려서 '죽었구나'라는 생각보다는 '괴롭다'라는 감각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마구 찢겨나가는 듯한 생생한 고통이 가져온 공포.


<인어가 잠든 집>을 읽으면서 불현듯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삶의 비극은 저 거대한 파도 같다고...


남편 가즈마사는 아내가 둘째 이쿠오를 임신했을 때 바람을 피웠고, 아내 가오루코는 조용히 별거를 선언합니다.

딸 미즈호가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이혼은 잠시 미룬 상태였는데,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병원에서 만나 부부는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외할머니랑 이모와 함께 수영장에 갔던 남매 미즈호와 이쿠오, 그리고 사촌 와카바.

수영장에서 놀던 미즈호는 배수구 철망에 낀 손가락이 빠지지 않아 나올 수 없었고, 가까스로 손가락을 빼내고 물 밖으로 꺼냈을 때는 이미 심장이 멈춰 있었다고 합니다.

병원 집중치료실로 옮겼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뇌 신경외과 전문의 신도는 가즈마사와 가오루코에게 조심스럽게 뇌사를 언급하며 장기 기증에 대한 절차를 설명합니다.

하얀 피부, 동그란 얼굴, 분홍색 입술.

틀림없는 자신의 딸이 잠자듯 누워 있는데, 그 얼굴을 만지면 여전히 따뜻하고 보드라운데...


가오루코는 장기 기증에 대해, 미즈호가 어른이 되어 이런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떤 결론을 내릴까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얼마 전 공원에서 미즈호와 나눴던 대화를 이야기합니다.


"클로버를 찾은 적이 있어. 네잎 클로버 말이야. 미즈호가 발견했어.

엄마, 이것만 잎이 네 개 달려 있어,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와아 대단하네.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복해진대.

그러니까 집에 가져가자, 그랬어. 그랬더니 그 아이가 뭐랬는지 알아?"

....

"미즈호는 행복하니까 괜찮아. 이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여기 그냥 둘래, 그러더라고.

만난 적도 없는 누군가가 행복해지라고 말이야."

가슴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단박에 눈물샘에 도달해 가즈마사의 시야를 흐려 놓았다.

"다정한 아이였군."

목이 메었다.

"그래, 아주 다정한 아이였어."

"당신 덕분이야."

가즈마사는 손가락 끝으로 눈물을 훔쳤다. 

"고마워."       (78-79p)


이들 부부의 비극 앞에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나라면 어떨까'라는 상상조차도 두려울 정도로,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야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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