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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 촉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과학
마르틴 그룬발트 지음, 강영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매순간 일어나고 있으나 미처 몰랐던 촉각 체계에 대한 연구들.
촉각 연구에서 가장 신기한 건 생물학적 관점에서 오감 중 촉각이 가장 먼저 발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촉각의 발달 과정을 관찰해보면 난자가 수정된 후 불과 몇 주밖에 되지 않은 배아가 신체 표면의 자극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신 7주 차부터 배아는 신체에 접촉된 자극에 반응합니다. 배아는 그 자체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물학적 체계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안전한 환경에서 배아가 촉각을 별도로 발달시켜야 할 생물학적 목적은 무엇일까요?
다세포 생물의 배아는 수백만 개의 세포로 구성되며 세포별로 전문화된 과제와 기능이 있습니다. 일부는 혈액세포, 근육세포, 골세포를 일부는 뉴런과 축삭 돌기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발달 구조는 인간의 신체가 탄생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세포벽에 물리적 변화가 생기면 세포는 반응합니다. 이때 세포가 반응하는 감각의 속도는 세포의 형태와 영향력에 좌우되는데, 저자는 이것이 일종의 자연법칙 효과이며 이 반응을 '신체 접촉의 법칙'이라고 표현합니다.
태아는 촉각 체계를 통해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고 위치를 탐색합니다. 이를 학술 용어로 '신체 도식'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신체 도식의 도움으로 인간은 신체와 외부 세계의 공간과 시간적 관계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출생 후 태아는 예행연습 없이 엄마 배 속에서 미리 작업해둔 신체 도식을 이용하여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경우 촉각 체계 덕분에 출생 전후 무렵이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 지식을 이미 갖추게 됩니다. 다른 모든 감각은 인식하고 깨닫는 과정을 거쳐 자연적으로 탄생합니다.
신생아가 출생 직후 산모와 직접 피부 접촉을 할 때 생물학적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연구가 없었다면 신생아 사망률은 줄어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기들은 적절한 신체적 친밀감과 자극 없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접촉 결핍에 시달린 신생아에게는 각종 생물학적 기능 장애, 성장 장애, 편도체 기능 장애가 나타납니다. 특히 편도체 기능 장애는 불안 장애나 우울증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학습과 체험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생물학적 자원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스킨십은 아이에게 밥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에는 해부학적 구분인 촉각 체계라는 특수 영역이 전체를 총괄하는 체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촉각 자극을 처리하려면 뇌의 모든 뉴런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참여해야 합니다. 촉각 자극은 인간의 뇌 활동에서 핵심 기능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촉각 체계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인간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가 무심결에 얼굴을 만지는 행동에도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사회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자기 접촉은 전위행동(상반된 충동이 대립할 때 동물이 나타내는 제3의 행동)이나 '당혹스러움을 나타내는 행동'이라고 표현합니다.
자기 접촉을 하기 3초 전후 뇌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짧은 자기 접촉이 작업기억에서 정보 손실의 위협을 막을 수 있도록 신경 체계를 안정시켰습니다. 자기 몸을 잠깐 만졌을 뿐인데, 이렇게 엄청난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타인의 몸에 손을 댈 때 신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뇌는 타인에 의한 접촉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스킨십 후 일어나는 신체와 정신의 상태 변화는 주관적으로 자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측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는 신체 접촉 허용 부위와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그건 신체 접촉이 단순히 생물학적 반응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직 개별적인 생화학적 체계를 일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는 적절한 신체 접촉이 모든 사람에게 '인체의 약국'으로 작동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인간은 상황에 맞는 신체 접촉 자극이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한 것입니다.
20세기 후반 촉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소위 '뉴로마케팅'이라고 불리는 분야가 급부상했습니다. 광고 메시지가 촉각을 자극하여 주의력을 집중시키거나 움직임을 요구하면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신체를 사용하는 광고와 온몸으로 체험하는 마케팅 전략 트랜드에는 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촉각 체계가 삶과 일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무엇보다도 스킨십에 대한 위대한 발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