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슴의 발레리나
베로니크 셀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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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독특해요.

초반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중반부터 몰입하게 됐어요.

<큰 가슴의 발레리나>에서 주인공은 셋이에요.

바르브린 그리고 시니스트르와 덱스트르.


"... 장래 어마어마한 모양이 될 나의 가슴, 모든 것을 망쳐버리게 될 그 가슴에 대하여.

왜냐하면 나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젖가슴은 발레리나에게는 음악가가 듣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저주이다."  (10p)


"나의 가슴들은 나를 인질로 잡고 있다. 그들은 나의 정체성을 빼앗아갔다.

그들은 세계와 나 사이의 메시지를 엉만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 춤을 출 때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나는 이 물렁물렁하고 불안정한 요소를 통제할 수 없고,

이 뼈 없는 기관은 나를 축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70p)


바르브린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큰 가슴 때문에 절망에 빠졌어요.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굶고, 압박붕대로 가슴을 졸라매고, 그리고는 손목을 그었지만 해결은커녕 부모님까지 고통에 빠뜨리고 말았어요.

특히 어머니는 무거운 가슴 때문에 겪는 문제를 딸에게 넘겨준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셨어요.


- 덱스트르?

- 왜, 시니스트르?

- 끝도 없는 권태 같은 게 느껴져, 넌 안 그래? 깊은 권태. 언제부터 우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 어이구... 그게 그러니까 언제인가 하면...

- 영역에 경계표가 생겼어, 시니스트르. 삶이 우리를 그 지루한 일상의 끈끈이 속으로 끌어들였어.

솔직하게 말해 봐, 시니스트르, 스물두 살짜리 젖가슴 하나가 삶으로부터 아직 뭘 더 기대할 게 있는 걸까?

- 끝나는 걸 시작하는 거지.

- 난 그게 무서워.   (259-260p)


이제 알겠죠?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는 바로 바르브린의 젖가슴이에요.

독립된 인격체마냥 젖가슴이 자신들을 쌍둥이 형제라고 표현하며 바르브린의 삶을 지켜보고 있어요.

슬프게도, 우리는 수술팀에게 절제되었고 우리의 가장 좋은 것을 잃었어요. 그래서 분노했어요.

우리는 복수의 욕망에 사로잡혔으나 그녀가 죽으면 우리도 죽을 것이므로 냉정을 되찾았어요.

동물이나 사물을 의인화한 경우는 흔하지만 신체 일부를 따로 떼어 의인화하는 건 상당히 놀랍고 기발한 상상이에요.

왜냐하면 발레리나를 꿈꾸는 바르브린이라는 여성에게 한 쌍의 큰 젖가슴은 비극의 원인이기 때문이에요.

여성성을 상징하는 젖가슴이 저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그 당사자,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에게 남성의 성을 부여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왜 젖가슴의 여주인이 다음과 같이 말했는지 생각해보세요.

다 읽고나서야 처음의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세포의 민주주의로,

내 가슴들과 내가 분할되지 않은 세포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 거야."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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