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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 역대급 살인 미스터리, 리지 보든 연대기
에드윈 H. 포터 지음, 정탄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1월
평점 :
리스베스 A. 보든.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폴리버의 리지 보든"으로 기억합니다.
미국의 역대 살인 미스터리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은 단연 1892년 늦여름 매사추세츠주 폴리버에서 일어난 보든 부부 살인 사건이라고 합니다.
과연 리지 보든은 살인마였을까요?
<리지>는 스릴러 소설이 아닙니다.
리지 보든과 관련된 저서와 신문 기사를 포함한 논픽션 네 편을 바탕으로 한 기록물입니다.
참고가 된 저서 중에서 에드윈 H. 포터의 『폴리버의 비극 : 리지 보든 연대기 The Fall Tragedy : A History of the Borden Murders』(1893)을 중심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책의 2부는 에드먼드 레스터 피어슨의 『살인 연구 Studies in Murder』(1938)에서 리지 보든을 다룬 「보든 사건 The Borden Case」의 1심 재판 부분을 번역했다고 합니다.
부록에는 사건을 간략히 소개하고 정리한 존 엘프레스 왓킨스의 「보든 부부 살인 미스터리」(1919), <일러스트레이티드 아메리칸>의 기사 「리지 보든 재판 : 전 세계를 경악시킨 가공할 폴리버 암살에 대한 소묘」(1893.6.24)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폴리버의 부유층 앤드루 보든(70세)과 그의 아내는 자택에서 살해됐습니다.
보든 부인의 시신은 손님방에서 무릎 끓고 엎드린 채로, 앤드루 보든의 시신은 1층 방 소파에 앉은 채로 각각 발견됐습니다.
여기에서 충격적인 건 시신의 상태입니다.
앤드루 보든은 13차례, 그의 아내 보든 부인은 18차례 도끼로 머리가 난도질되어 피투성이었습니다.
당시 피살된 부부 외에 그 집에는 하녀 브리짓 설리번과 피살된 남성의 미혼인 딸 리지 보든이 있었습니다.
리지 보든은 32세 여성으로 그녀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사건 발생 당일에는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에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리지 보든은 사건 현장을 발견한 첫 번째 인물이고, 그 전에 헛간에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모순된 진술 때문에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유력한 용의자가 된 리지 보든은 의붓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 의붓어머니에게 재산 일부를 양도하는 문제로 아버지와 다투었다는 점, 살인 사건 며칠 후에 페인트가 잔뜩 묻은 드레스 하나를 불태웠다는 점 등 불리한 정황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범행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의 옷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결국 보든 부부를 살해한 범인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리지 보든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감정이 배제된 채 사건 자체를 바라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미국에서 대중매체가 신속하게 전국 단위로 퍼뜨린 최초의 범죄 사례라는 점에서 대중에게 준 충격이 크다고 합니다.
폴리버 지역 경찰이 해결해야 할 범죄 사건이 미국 전역의 핫이슈가 되면서 여론의 입김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사례가 된 것입니다.
그러다 문득 경악하게 된 지점은 책에 수록된 흑백사진들... 보든 부부가 피살된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소름돋았습니다.
존속살인, 도끼 살인... 비극의 현장.
리지 보든은 아버지 앤드루가 끔찍하게 살해된 장면을 본 후에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입니다. 전혀 울지 않았고 불안에 떨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는 게 너무나 이상합니다. 사이코패스일 확률이 큽니다.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완전범죄입니다.
그래서 진짜로 알고 싶은 진실은 미스터리가 되었습니다. 왜 죽였을까요?
영화 <리지>는 불행한 사건이 남긴 미스터리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리지 보든, 그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