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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9년 1월
평점 :
새롭게 알게 된 명작, 『워터십 다운』을 드디어 만났어요.
원래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전4권)로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합본으로 깔끔하게 한 권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에요.
책 표지만 보면 귀여운 토끼들의 뒷모습이 피터래빗을 떠올리게 돼요. 토끼들이 주인공인 건 맞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깜짝 놀라게 돼요.
이건 완전히 자연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 '반지의 제왕' 버금가는 모험 이야기거든요.
신기한 건 이 책에 등장하는 토끼들은 의인화된 동물이 아니라 진짜 토끼들이라는 거예요. 인간의 흉내를 내는 토끼가 아니라 실제 풀밭을 뛰어다니는 토끼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만 토끼들마다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서 각자 매력이 넘치는 것 같아요.
우선 파이버는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몸집이 작은 토끼지만, 앞날을 예언하는 능력을 가졌어요. 그래서 샌들포드 마을에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경고해요. 이때 파이버의 경고를 귀담아듣고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 토끼가 바로 헤이즐이에요. 헤이즐과 함께 떠나게 된 토끼들은 토끼 종족의 최고 전사 빅윅, 뛰어난 이야기꾼 댄더라이언, 침착하고 총명한 블랙베리, 연약한 팝킨, 민첩한 홀리, 에이콘, 스피드웰, 벅손, 실버예요.
헤이즐은 조용하고 강한 리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굉장히 멋진 토끼예요. 토끼의 세계에서는 몸집 크고 힘센 빅윅 같은 토끼가 대장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모험을 떠나면서 헤이즐의 진가가 드러난 것 같아요.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챙기면서 힘든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는 건 대단한 책임감이에요. 헤이즐은 타고난 몸집이 아닌 성품으로 빅윅이 인정하는 리더가 돼요.
토끼들의 모험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어요. 인간을 비롯한 토끼의 적, 즉 엘릴을 피해서 안전하게 살아남는 것이 중요해요. 잘 먹고, 잘 놀고, 잘 번식하는 것이 토끼의 사명인 거죠. 토끼로 태어나 토끼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요. 반면 인간이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는지, 동물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 상의 재앙이 어쩌면 인간 존재 자체인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이 일으킨 재앙은 너무나 많고, 그 재앙을 막을 정도로 지혜로운 인간은 너무나 적은 게 아닌지...
그래서 더더욱 토끼들의 삶과 모험 이야기가 놀랍고 흥미로워요. 토끼들의 세계를 통해서 다시금 인간의 세계를 돌아보게 되네요.
"므사이언!"
토끼어 사전에서 '므사이언'은 '우리는 그들을 만났다'라는 뜻이래요.
더 많은 사람들이 워터십 다운의 토끼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1972년 출간된 이 책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를 알게 될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