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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600여 페이지, 벽돌마냥 두툼한 책을 딱 보자마자 헉-
일단 책 두께에 압도되는 느낌이랄까.
늘 그런 건 아닌데, 묘하게 이 책은 매우 조심스레 첫 장을 넘겼어요.
너무나도 중요한 프롤로그.
장소는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시간은 자정... 그녀는 여자 화장실에서 숨어 있다가 조용히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열쇠를 꺼냈어요.
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고,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틀어막았어요.
"쉬이잇! 자기야, 나야!" 라고 말하는 남자와 함께 그녀는 금고실로 갔어요.
"545번 금고를 찾아야 해."
대여금고 상자를 꺼내자, 100달러짜리 지폐 묶음이 수북했고, 커다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반지 그리고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이 있었어요.
사진 속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이 있었어요. 지폐와 보석 밑에는 레이스 손수건과 몇 장의 편지도 있었어요.
남자는 지폐와 보석을 챙기느라 사진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녀를 채근하며 다른 대여금고 상자를 차례대로 열었어요.
그녀는 이곳이 금고실이 아니라 웅장한 무덤 같다고 느꼈어요. 두 사람은 묘지 도굴꾼.
두 사람은 약탈한 보물들을 자루 안에 모두 담아서 547번 금고에 넣었어요.
남자는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거라며 달콤한 말들을 속삭였어요.
그리고 살며시 그녀를 금고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서도 그녀가 약간 불룩해진 배를 내려다보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이 소설은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라는 공간을 두 개의 시간으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어요.
1998년 8월, 스물세 살 아이리스 래치는 WRE(휠러 리스 엘리엇 건축사)에서 근무하는 건축기사예요. 이번에 특이한 프로젝트를 맡게 됐어요.
바로 20년째 비어 있는 낡은 은행의 현장조사 작업이에요.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는 1978년 12월 29일에 문을 닫았어요. 이상한 건 은행 안의 모든 것들이 사람만 사라진 것처럼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거예요. 수북히 쌓인 먼지와 함께 말이죠.
1978년 11월, 열여섯 살 베아트리스 베이커는 나이를 속이고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톰슨 사무실에서 비서직 면접을 봤어요. 이력서에는 나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거짓으로 적었지만 도리스 이모와 연습한 대로 말했더니 채용이 됐어요. 출근 첫 날, 긴장한 베아트리스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군 사람은 맥스였어요. 금발의 미녀 맥스는 퇴근 후 '씨애트리컬 그릴'이라는 술집에 데려가 다양한 정보를 알려줬어요.
신기한 것 같아요. 2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이어지기 때문에 점점 빠져들게 돼요. 뭔가 의심스러운데,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채 계속 전진하는 느낌이에요. 마치 열쇠는 이미 손에 쥐고 있었는데, 애꿎은 열쇠를 찾느라 헤매는 상황이랄까.
'데드키'는 은행원들끼리 쓰는 속어예요. 은행의 대여금고가 여러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죽었다'고 말해요. 대여금고가 죽으면, '데드키'로 죽어버린 대여금고를 열고 자물쇠를 바꿨대요. 애초에 누가 무엇 때문에 귀중품을 대중금고에 넣었으며, 어쩌다 대여금고들이 죽었을까요.
숨겨진 진실과 반전, 단숨에 읽지는 못했지만 시나브로 빠져드는 이야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