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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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는 팩트일 뿐.

모든 진실을 알고 싶다면 팩트에 현혹되지 말 것.


<블러디 프로젝트>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단순한 재미로써의 흥미가 아니라 범죄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측면에서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추리 소설 장르로 분류되었다는 것 자체가 오류인 것 같습니다.

어떤 추리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범인은 붙잡힌 상태이고,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범인의 이름은 로더릭 맥레이.

그는 변호사 앤드루 싱클레어 씨의 요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적게 되었고, 이 책에는 로더릭 맥레이의 비망록 전체가 실려 있습니다.

물론 그것 외에도 컬두이 주민들의 다양한 진술과 피해자 부검 보고서, 재판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철저하게 기록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 소설이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역사적 자료를 통해 밝혀낸 실제 사건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정말이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감정의 동요를 여러 번 느꼈습니다.

만약 소설 속 재판이 벌어지는 그곳, 배심원 중 한 명이었다면 무죄에 한 표를 행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로더릭 맥레이의 살인을 예상 못했듯이, 누구라도 사건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다음은 피고인의 진술 내용입니다.


"제 이름은 로더릭 존 맥레이, 나이는 열일곱 살입니다.

로스셔 컬두이 토박이로, 소작인 아버지 존 맥레이와 함께 마을 북단에 살았습니다.

금년(1869년) 8월 10일, 라클런 매켄지(38세), 플로라 매켄지(15세), 도널드 매켄지(3세)를 피해자들의 자택에서 삽과 호미로 가격해 사망케 하였다는

공소장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

나 로더릭 존 맥레이는 자유 의지에 따라, 해당 피해자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문제의 월요일 아침, 저는 언급한 무기들을 지참하고 라클런 매켄지를 살해할 의도로 그의 집을 찾아갔으며, 아버지와 가족에게 가한 고통의 보복으로

라클런 매켄지를 살해하였습니다. 플로라 매켄지와 도널드 매켄지를 죽일 의도는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집에 있었던 탓에 부득이한 조처였습니다.

비명이라도 지를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계획이 성공한 것은 하느님의 섭리 덕이라고 믿으며 물론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어떤 운명을 안배하셨든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정신은 건강하고 이 진술은 온전히 저의 의지일 뿐 그 어떠한 협박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진술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

                                                                                 [날인] 로더릭 존 맥레이  (342-343p)


소설의 결말은 이렇습니다.

150년 전에 벌어졌던 살인 사건의 기록과 로더릭 맥레이의 비망록이 그 당시에는 가장 섬뜩하고 선정적인 살인 장면만 발췌되어 『블러디 프로젝트 : 어느 살인자의 헛소리』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로더릭 맥레이는 피에 굶주린 살인마였을까요? 

작가는『블러디 프로젝트』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뿐 아니라 하일랜드 소작인들이 겪었던 부당한 봉건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모든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합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여전히 이와 유사한 사건들을 접하게 됩니다. 피해자의 참혹한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로더릭 맥레이의 한 마디가 뇌리에 남습니다.


"라클런 브로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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