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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ㅣ 특서 청소년문학 6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월
평점 :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이라는 제목의 책.
책 표지도 예뻐서 '시집'인 줄 알았더니 '소설'이었습니다.
창비 고등 국어 교과서와 해냄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을 포함하여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박상률 소설집입니다.
<이제 됐어>의 주인공 정은이는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는 모범생입니다. 그런데 요즘 엄마에 대한 반항심이 불쑥 치솟아 오릅니다. 오로지 엄마를 위해서 공부 기계로 살아야 하는 신세... 문득 친구 은영이가 보고 싶어집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정은이의 마음을 다 읽어주던 은영이는 고등학교 진학 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매일 공부하느라 연락할 여유조차 없었는데, 마침 은영이한테서 문자가 와서 만나게 됩니다. 은영이는 같은 학교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서 함께 닭튀김도 먹고 노래방에 갑니다. 정은이는 노래방에서도 유행하는 노래를 몰라 아이들이 부르는 걸 보고만 있습니다. 그때 은영이가 '마야'의 <나를 외치다>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집에 돌아온 정은이는 은영이에게, "은영, 이제야 나도 나를 외치게 되었어!"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엄마에게는, "엄마, 영어 100점 맞았으니까, 이제 됐어?"라고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20층 아파트의 창틀에 섭니다. 자신에게는 "내가, 별똥별이, 된다"라고 말해줍니다.
결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창틀에 서 있는 정은이에게 또다른 선택은 없는 걸까요.
휴우.... 깊은 한숨이 나옵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나머지 여섯 편의 단편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소설 속 정은이처럼, 저도 우연히 '마야'의 <나를 외치다>를 처음 들었을 때 노랫말이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똑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겠지만 노랫말의 일부를 옮겨 적어봅니다.
지쳐버린 어깨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어쩌면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공간에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끝은 있는 걸까 시작뿐인 내 인생에
걱정이 앞서는 건 또 왜일까
강해지자고 뒤돌아보지 말자고
앞만 보고 달려가자고..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오~]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위~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오~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있다고 외치면 돼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나의 길을 간다고....
참으로 이상한 노릇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는데,,,, 자꾸만 슬퍼집니다.
<이제 됐어>, <가장의 자격>, <눈을 감는다>의 주인공은 삶을 버텨내기가 힘든 고등학생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겐 위로나 격려마저도 가혹하게 들릴 정도로, 공허한 외침입니다. 아무리 소리쳐도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 망망대해 외로운 배와 같습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괴롭습니다.
어쩌자고 이런 소설을 썼냐고 작가에게 묻고 싶었는데, 작가는 순순히 말해줍니다.
"... 어른인 나는 열아홉 살 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열아홉 살은 이제 막 청소년 시기를 벗어났을까 말까한 나이입니다.
청소년 시기를 벗어났지만 그런 청소년 시기에 가장 가까이 있고 싶은 어른이 바로 나이지요.
그래서 여기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울고 싶으면 울고, 죽고 싶으면 죽고, 가장 역할을 해야 하면 하고......, 무책임하다고요?
그런 말을 들어도 할 수 없습니다.
작가인 내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낸 게 아니라,
나는 단지 작중 인물들의 말과 몸짓을 받아 적기만 했으니까요!" (165p)
그렇군요, 그러네요. 가상이든 현실이든 우리는 지켜볼 뿐이죠.
슬펐다면, 아팠다면 내 안에 열아홉 살 때문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