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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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출간된 세계문학전집 103 <인간실격>을 읽었습니다.

누구의 권유나 강압 없이 자유의지로...

그러나 왜 지금일까, 그건 제목이 주는 강렬한 느낌 때문입니다.


"인간실격(人間失格).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31p)


주인공 요조는 부잣집 도련님에서 정신병원에 갇힌 미치광이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죄인을 자처하면서도 결코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는 요조.

그는 타고난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허무함과 우울을 교묘한 익살로 감추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인생에 딱 두 번, 생애의 연기가 들켰던 실패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번은 중학교 시절, 다케이치한테서 "부러 그랬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른 한 번은 쓰네코와 바다에 뛰어들었는데(첫 번째 자살 시도)

여자만 죽고 혼자 살아나는 바람에 자살방조죄로 검찰청에 끌려가 취조받던 검사로부터 "진짜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요조가 그토록 자신의 속내를 타인에게 숨겼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자신이 인간을 난해한 존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신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인 것마냥.

아이러니하게도 요조 자신만 몰랐습니다. 인간실격은 타인의 통보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걸.

그는 일찌감치 인간의 흉내를 내며 거짓된 삶을 살았으며, 호리키 마사오를 만나 타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아주 잠시, 다케이치에게 도깨비 같은 자화상을 보여줬고, 순결무구한 신뢰의 천재 요시코와 결혼 후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요시코가 비참하게 능욕을 당한 후 모든 걸 포기해버렸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려다 실패한 후 마약중독에 빠져, 정신병원에 갇히고나서야 스스로 인간실격임을 인정해버렸습니다.


<인간실격>의 마지막 장면은 자살이 아닙니다.

수면제 대신 설사약을 사온 늙은 식모 때문에 밤새 화장실을 오가다가 허탈하게 웃어버리는 요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133-134p)


결국 요조의 생사 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요조가 남긴 공책 세 권과 사진 석 장을 마담이 보관하다가 소설가에게 건네어 쓰여진 것이니까.

마담은 요조의 삶이 끝나버린 이유는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나쁜 아버지 탓으로 돌립니다. 마담이 기억하는 요조는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다면서.

반면 소설가는 사진 속 요조를,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기묘한 얼굴의 남자는 본 적이 없노라고 말합니다. 역겹고 짜증나고, 왠지 모르게 눈길을 돌리고 싶어지는 얼굴.


과연 요조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요?

세상을 바라본다는 건 거울에 비친 나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이 책에는 <인간실격> 이외에 <직소 直訴>라는 작품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1948년의 <인간실격>은 완결된 작품으로는 다자이의 마지막 소설이고, <직소>는 다자이가 결혼 후 생애 처음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던 중기에 쓰인 1940년 작품입니다.

<직소>는 예수를 배신한 유다의 독백입니다. 오로지 돈 때문에 예수를 팔았다는 유다의 태도는 당당하기만 합니다.

평생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배신 당하고 자멸한 요조와 이해타산을 따지는 장사꾼의 셈으로 배신한 유다.

누가 더 인간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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