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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자기 앞의 생>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저 그림 때문입니다.
우산을 든 아이...
아이의 이름은 모하메드이지만, 사람들은 어린애 취급을 해서 항상 모모라고 부릅니다.
모모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7층에서 로자 아줌마와 살고 있습니다. 모모 이외에도 아이들이 일곱 명 가량 있는데 다들 부모가 맡겨둔 것입니다.
사실 로자 아줌마 집은 몸으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여자들이 낳은 아이를 몰래 맡아주는 곳입니다.
모모는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쯤에 로자 아줌마가 자기를 돌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것은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었다고 모모는 말합니다.
모모는 아래층에 있는 드리스 씨네 카페로 내려가서 하밀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며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13p)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112p)
하밀 할아버지는 모모가 아직 어려서, 이 세상에 알아서는 안 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셨지만 그건 바람일 뿐... 어쨌든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지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그토록 또렷했던 기억력이 점점 사라지는 하밀 할아버지와 로자 아줌마를 보면서 모모는 생각합니다. 세상에 혼자뿐인 노인이란 얼마나 가혹한 삶인지.
모모는 그 누구보다 특별한 아이였으니까, 하밀 할아버지가 늘 곁에 두고 읽는 빅토르 위고의 책 『레 미제라블』처럼 언젠가는 불쌍한 사람들에 관한 책을 쓸 거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이 책, <자기 앞의 생>처럼.
"우리가 세상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우리 둘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은 지켜야 했다." (257p)
열 살의 꼬마 모모가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그때, 모모는 알게 됩니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걸.
못생기고 뚱뚱한 로자 아줌마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도.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305p)
마찬가지로 '자기 앞의 생'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로자 아줌마의 말을 빌려서 하자면, "미토르니시트 조르겐." 유태어로 '한탄할 건 없다'는 뜻입니다.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 불행한 건 아닙니다. 사랑할 사람이 곁에 있는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