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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평점 :
어린 시절, 공포에 대한 기억에는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어둠 그리고 거울.
잠들기 전 불을 끄는 순간 눈을 뜨고 있어도 칠흑 같은 어둠일 때.
눈을 뜨고도 볼 수 없는 그 무력한 상태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한밤중에 우연히 거울을 봤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거울 속의 나는 무척 낯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이 낯설 때가 있습니다.
자꾸 보니까 익숙해지는 것이지, 진짜 나라고는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때문에 늘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지?"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는 흡사 공포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절대 깨워서는 안 될 그것을 깨운 소년의 이야기.
"15년 전 그날, 나는 우연히 할아버지의 서재 책상에 놓여 있던 그 공책의 기록을 읽었다." (43p)
주인공 태이는 그때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우연인 줄 알았던 그 일이 얼마나 엄청난 비극을 불러오게 될 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놀이 때문에 태이는 좋아하는 연서를 잃게 되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태이를 서울로 올려 보냈습니다.
친구 종목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도 모두 고향을 떠났습니다.
그 뒤 서로 연락을 끊고 지냈는데, 갑자기 친구 국수가 전화를 해서 답을 찾았다며 고향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그러나 국수는 사라졌습니다.
아홉 나무소리의 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
서른두 살의 태이는 고향으로 돌아가 이 모든 놀이를 끝내려고 합니다.
"구전에 따르면 옛날에 소리나무 놀이라는 게 있었소. 지방에 따라서는 소리나무 대신 그냥 그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 그것과 얼굴을 마주하고 밤새 놀았다. 놀이가 벌어지는 동안 그것은 사람의 얼굴을 닮아갔다.
놀이가 끝나자 그것은 제가 흉내 낸 얼굴의 사람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야?
제 얼굴과 같은 얼굴을 보고 사람이 신기해하며 대답했다. 누구긴 누구야, 나지. 누가봐도 나네. 나야.
그러자 그것이 말했다. 내가 너니까 넌 이제 필요없네." (286-287p)
공포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둠이 무섭지 않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또다른 공포를 만나게 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내가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