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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라치아 마리아 델레다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어머니』는 1920년 발표된 이탈리아 소설입니다.
제게 있어서 '어머니'라는 단어는 그 어떤 수식어 없이도 가슴을 채우는 힘이 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한 인간으로서 여자가 아닌 어머니가 된 순간, 어머니는 숙명이 되어버립니다.
"폴은 오늘 밤에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고 소설의 첫 문장은 시작됩니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폴은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그러나 곧 알게 됩니다. 스물여덟 살의 폴은 평범한 아들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아들이란 걸.
그는 아르 교구를 맡고 있는 젊은 사제입니다.
그 아들이, 아니 사제가 밤마다 어떤 여인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어머니는 저주를 받았다고 믿습니다.
과거에 교구를 맡았던 사제가 사탄에게 사로잡혀 죽은 후 그 영혼이 사제관을 돌아다닌다는 미신이 떠돌았고, 10년 동안 교구에 사제가 없었습니다.
가난했던 어머니는 신학교에서 일하면서 아들 폴의 뒷바라지를 했고, 드디어 사제가 된 폴이 어머니 고향의 교구를 맡게 된 것입니다.
비어있던 교구 사제가 된 폴과 함께 어머니는 성당 안주인이 되어 평화로운 7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폴은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여인을 만나고 있으니 어머니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결론은, 미신이 옳았다는 것입니다. 이전 사제의 영혼이 사제관을 지배하고 있어서 새로 온 사제에게도 재앙이 닥칠 거라는 미신.
이 소설 속에서 어머니는 한 번도 인간 마리아 막달레나였던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아들만을 바라보며, 신앙처럼 살아왔던 어머니였기 때문에 아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 아들은 일탈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어머니로 인해 빼앗긴 삶, 어머니를 위해 존재했던 삶.
"인간이게 하소서!"(46p) 라고 울부짖는 폴의 절규는 깊은 슬픔을 토해내고 있다면, 어머니는 달랐습니다.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삼켜버렸습니다, 아니 슬픔과 고통이 어머니를 삼켜버렸습니다.
짧은 소설이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어머니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라치아 마리아 델라다(1871~1936)는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여류작가로는 두 번째로 192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어머니』가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충분히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섬에 대해 명료한 그림을 그리듯 묘사함과 동시에
인류 보편적 인생사의 문제를 깊이있는 성찰과 동정심에 기반해 탁월하게 다루었다."
- 1926년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노벨문학상 수여 사유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