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의 머리카락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
구로이와 루이코 외 지음, 김계자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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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날 것 그대로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다 읽은 후 작품해설을 봐도 좋습니다.

당연히 책을 펼치면 알게 될 일이지만 먼저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 가진 문학적 가치때문입니다.


"일본 탐정소설의 효시는 이 『무참』을 일컫는다. ....

이로써 보건대 군의 필력 또한 부럽다. ...  나는 붓을 던져버리고 한탄해 마지않았다."  (9-10p)


첫 문장부터 너무 예스러운 표현에 잠시 당황했지만 읽다보니 피식 웃음이 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위의 글은 서문으로 작가의 친구가 '너의 기이한 필력이 부럽다'라며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바로 일본 최초의 창작추리소설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었습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살인 사건을 설정하고 탐정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썼으니 당시에는 가히 충격적인 소설이었을 겁니다.

1889년 일본에서 발표될 당시 최초 제목은 '무참'이었는데 이후 1893년 재판이 나올 때 '탐정소설 - 세 가닥의 머리카락'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제목을 바꾼 것은 탁월한 감인 것 같습니다.

죽은 피해자의 움켜진 손에 남아 있던 세 가닥의 머리카락은 범인을 잡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건 두 탐정이 머리카락으로 경쟁하며 추리하는 과정입니다.

원래는 네 가닥의 머리카락이 있었는데, 젊은 탐정이 세 가닥을 몰래 빼 가고 나머지를 선임이 가져갔던 것.

지금이라면 말도 안 되는 수사 과정이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흥미진진합니다.


19세기 후반 근대 일본 정부는 방대한 양의 서양 문헌을 번역해 일본사회에 소개함으로써 서구의 선진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추리소설은 서구 추리물의 번역으로 시작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작가가 구로이와 루이코(1862~1920)와 아에바 고손(1855~1922) 그리고 모리타 시켄(1861~897)이라고 합니다.

세 명의 작가 공통점은 서구 추리물을 번역 · 번안했다는 점이고, 다른점은 번역 문체 스타일입니다.


『법정의 미인』,『유령』- 구로이와 루이코의 번역은 줄거리의 흐름을 유지하되 원문을 대폭 축약하거나 의역하여 자신의 문체로 새롭게 창작해서, 이른바 '호걸역' 이라고 합니다. 원문에 대하여 호탕하게 번역했다는 뜻입니다.


반면 『검은 고양이』,『모르그 가의 살인』- 아에마 고손의 번역은 '호걸역'에 비하면 원문에 충실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탐정 유벨』- 모리타 시켄의 번역은  원작의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 문장 하나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고 해서 '주밀역'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시조새 같은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색다른 시대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문득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이 궁금해집니다. 

 채만식의 『염마』(1934) , 최독견의 『사형수』(1931) , 박병호의 『혈가사』(1926)

세 작품 모두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단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시대적 아픔이 있던 시기라서 우리문학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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