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을 읽다가 눈물이 날 줄 몰랐습니다.

뭔가 울컥하는 느낌...

현실에서 너무나도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다보니, 소설마저도 그 현실을 다 담아내기 버거운 것 같습니다.


나의 양심은 작은 휴지 조각인가...

하얀 휴지로 먹물을 닦을 때 서서히 스며드는 까만물...

한두 장의 휴지로는 닦아내기는커녕 도리어 까만물을 흠뻑 머금게 되는 현상.

한 개인의 양심이 거대한 비리와 마주할 때 대부분은 물들게 됩니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용히 덮자.'라고.

그러나 누군가 '이대로 놔둘 순 없어. 나라도 뭔가 해보겠어.' 라고 하는 순간 아주 미미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동트기 힘든 긴 밤에 누군가 피워낸 작은 불빛.

적자지심(赤子之心) : 갓난아이와 같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세속에 물들지 않은 순결한 마음.


"사람들은 자기가 처음 신호를 위반한 순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처음이 있었기에 그다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381p)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났던 건 슬픔이나 아픔의 감정보다 부끄러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지만, 내가 어떻게 살 것이냐는 분명 나의 선택입니다.

거대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무력감과 절망은, 결국 다수의 침묵과 외면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그를 죽인 범인은...


『동트기 힘든 긴 밤』의 원제인 『장야난명 長夜難明』은 '빛을 보기 힘든 기나긴 밤'을 뜻합니다.

어쩌면 아무도 모르게 묻혀버렸을 이야기, 그건 바로 10여 년을 거대 권력과 처절하게 싸웠던 한 검찰관의 이야기입니다.

적자지심을 잃지 않았던 검찰관의 최후는 비참했으나 숭고했습니다.

작가는 추리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비리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10년간 장양은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갑을 잃어버린 일을 가지고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으로 이렇게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377p)


장양을 위하여 윤동주 시인의 <새벽의 올 때까지>를 바치고 싶습니다.


새벽이 올 때까지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올 게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