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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평점 :
<살아서 가야 한다>는 조선의 아픈 역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조선 역사에서 선조, 광해군 때는 임진왜란을 겪으며 나라가 피폐해진 시기였습니다.
명나라의 도움을 받은 조선은 명나라의 원병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1만이 넘는 대군을 보냈습니다.
그들 중 두 남자가 있었으니, 강은태와 황천도는 묘한 인연으로 얽히게 됩니다.
황천도는 노비 출신이라 주인양반 아들을 대신하여 전장에 나온 것이고, 강은태는 양반 출신이나 출병하여 공을 세우라는 아버지 뜻을 따른 것입니다.
조선군과 명나라군은 후금군에게 대패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포로가 되어 허투알라에 끌려가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게 됩니다.
조선이 아닌 먼 타국에서 똑같은 노예 신세가 된 황천도와 강은태는 동갑내기라서 허물 없이 친구로 지내게 됩니다.
노예 생활 19년, 두 남자는 스물이 채 안 된 나이에 출정했다가 이제 마흔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때 심양에는 거대한 시장이 생겼으니, 끌려온 조선인 포로들을 몸값을 받고 돌려주는 일이었습니다.
세자가 머무는 심양관에 조선 관리와 속환사들이 포로들의 명단을 가지고 오면 청나라 관리들이 해당 포로들을 끌고와 매매를 했던 것입니다.
드디어 강은태도 아버지가 보낸 춘득이가 찾아와 속환 절차로 풀려나게 됩니다.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강은태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황천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나도, 나도 아버지가 있다고!" (106p)
조선의 왕은 힘이 없어 자신의 백성을 지키지 못하였고, 아버지는 힘이 없어 아들을 전장에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도 양반과 천민은 목숨값이 달랐으니, 속환되는 건 그나마 힘이 있는 양반들의 특권이었습니다.
사실 황천도와 강은태는 같은 마을, 한 날 한 시에 태어났습니다. 다만 강은태는 양반의 자식, 황천도는 노비의 자식일 뿐.
신기한 건 두 남자의 외모가 많이 닮았다는 것. 운명의 장난인지 두 남자는 전쟁 포로로 19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친해집니다.
그러나 강은태는 속환이 결정되자 자신이 양반이었음을 떠올리며 황천도와의 관계에 선을 긋습니다. 이에 울분이 치밀어 오른 황천도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강은태가 된 황천도의 이야기.
<살아서 가야 한다>는 시대적 비극이 어떻게 인간의 삶까지 무참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남자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보며 아직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 남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