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二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칼 라르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중 12월은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입니다.

12월에는 스웨덴의 사실주의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과 함께 합니다.


이 시화집은 작고 사랑스럽습니다.

12월 1일부터 시 한 편과 그림을 매일매일 만날 수 있습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매일 하나씩 꺼내 먹는 느낌으로.

맛있는 건 한 번에 몽땅 다 먹을 수도 있지만 너무 좋아서 조금씩 아껴먹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면서.


12월 1일은 윤동주의 <편지>로 시작합니다.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가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열두 개의 달 시화집>에서 늘 빠지지 않는 시인이 윤동주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언어들이건만 한 편의 시가 된 순간,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 옵니다.

누나 가신 나라, 지금 곁에 없는 누나를 떠올리며 하늘에서 내린 눈을 흰 봉투에 넣어 보내고픈 동생의 마음.

눈은 저 높은 하늘에서 내리는데, 어찌하여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오는가요.

흰 봉투에 하얀 눈 한줌 넣으면... 그리움도 한 웅큼 담아질까요.

따뜻한 두 손에 흰 눈은 스르르, 두 눈에 눈물이 또르르.

누나를 그리워하는 동생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칼 라르손의 그림은 대부분 가정생활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특히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흰 눈으로 뒤덮인 마당조차도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왠지 그 옆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것 같아서.

12월 유난히 마음 시린 사람들에게는 칼 라르손의 그림이 따뜻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시인 윤동주, 김영랑, 백석, 요사 부손, 마쓰오 바쇼, 심훈, 이상, 황석우, 장정심, 이상화, 박용철, 이용악, 노자영, 노천명, 릴케, 변영로, 이케니시 곤스이, 허민의 시(詩) 31편이 실려 있습니다.

유난히 제 마음이 쏙 들어온 시는 황석우의 <사랑과 잠>입니다.


잠은 사랑과 같이 사람의 눈으로부터 든다

그러나 사랑은 사람의 눈동자로부터도 적발로 살그머니

들어가고

잠은 사람의 눈꺼풀로부터 공연(公然)하게 당당(堂堂)히

들어간다

그럼으로 사랑은 좀도적의 소인(小人), 잠은 군자(君子)!

또 그들의 달은 곳은 사랑은 사람의 마음 가운데 들고

잠은 사람의 몸 가운데 들어간다

그리고 사랑의 맛은 달되 체(滯)하기 쉽고

잠의 맛은 담담(淡淡)하야 탈남이 없다


시화집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12월의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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