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다시, 만나다>는 작가 모리 에토의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작가 모리 에토의 소설을 처음 읽어봅니다.

어찌보면 일상에서 그냥 스쳐지나갔을 이야기들이 작가의 섬세한 감성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섯 편의 이야기 중 <마마>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주인공 나는 남편으로부터 늘 '마마' 얘기 듣는 걸 좋아했습니다.

몇 번이나 졸라 거듭해 들을 정도로, 남편의 마마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친정 엄마 같은 온도를 지니며 내 과거에 녹아들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엄마는 자신을 엄마 말고 마마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엄마가 토베 얀손의 원작, 무민 시리즈의 광팬이라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민 마마를 동경해왔기 때문이랍니다.

그 뒤로 엄마는 집 안에서도 고풍스러운 검은 가방을 절대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건 무민 마마의 필수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런데 모두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남편이 들려준 과거, 마마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 가짜였던 겁니다.

아내인 나는 심한 배신감에 이성을 잃고 맙니다.

어째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에 '그 목소리'만 귓속에 어렴풋이 울립니다.


"아는지 모르겠네. 슬픔은 딱 잘라서 두 가지 유형이 있거든.

한 가지는 무겁게 마음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유형.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모든 걸 몰아내서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유형.

무거운 슬픔은 거기에 금방 익숙해질 수도 있어.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잖아.

시간을 들이며 그 무게를 견뎌낼 수 있게.

골치 아픈 건 텅 비는 쪽이야.

그 슬픔은 정말 인간을 갉아먹어.

덧나면 좋지 않은 일도 생기고. 아주 좋지 않은 일이."   (81-82p)


남편의 마마 이야기에서 배신감, 슬픔으로 이어지는 주인공의 감정선이 묘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마마에 대한 동경, 그건 오랜 외로움에 대한 보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내인 나는 마마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그 깊이만큼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텅 비어 버리는 슬픔, 정말 골치 아픈 슬픔에 휩싸이게 된 나.

마지막이 궁금했습니다.

결말을 보면서 매우 흡족했습니다.


"그래도 마마는 마마였지."  (108p)


우리는 모리 에토의 <마마>를 읽으며 저마다의 마마를 만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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