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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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비리 사건이나 불의한 사람을 향한 비난의 여론은 삽시간에 퍼지곤 해요.

스마트폰과 SNS는 좋든 싫든 온갖 이슈들을 공론화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어요. 과거에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갔다면, 지금은 클릭 한 번이면 끝이에요.

수많은 익명의 댓글들 중에는 정의를 앞세워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이른바 악플이 존재해요.

잘못된 건 바로잡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마치 정의의 사도인양 칼날을 휘두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표현할 자유는 있으나, 그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해요.

문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무책임한 정의의 사도는 거짓말쟁이, 폭력배인 거죠.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은 '정의'가 어떻게 변질되고, 변신하는지 그 실체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정의롭지 않은 사람, 즉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을 분석하여 정의내린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인가요, 아니면 정의를 밀어붙이는 위험한 사람인가요?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나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될 거예요.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은 '정의'의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파렴치한이에요.

그들의 특징은 자기 주장만 밀어붙이면서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또한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가까운 사람도 순식간에 적으로 간주해서 헐뜯고 비난하죠.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의 심리에는 욕구불만과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요. 이러한 심리적 동기 요인 중 하나가 패배자 의식이에요.

누구는 경제력과 권력을 휘두르며 제맘대로 사는데, 나는 아무리 노력해봐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패배 의식이 질투의 감정으로 바뀌고,

결국은 승자의 발목을 잡아서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이어진다고 해요. 정의를 빙자한 불의를 저지르는 거죠.


현대사회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패배 의식에 빠진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분노와 좌절을 표출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예요.

사실 질투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더 심각해지면 타인의 행복을 용납하지 못하는 위험한 심리에 빠지게 돼요. 자신의 행복보다 타인의 불행을 원하고, 타인이 불행해지면 기뻐하는 이상 심리, 이것을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 '라고 한대요.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과 왜곡된 정의감을 부채질하는 대중매체는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더욱 활개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어요.

왜 익명성이 문제인가,  그건 익명성이 공격적인 행동을 부추긴다는 것을 밝혀낸 유명한 실험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바로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대학교 명예교수인 필립 짐바르도의 몰개성화 실험.

이 실험은 학습자가 문제를 틀릴 때마다 실험 참가자가 학습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방식인데, (실제 실험에서는 전기 충격 버튼은 가짜였고,  전기 충격을 준다고 속인 거예요.) 그 결과가 놀라워요. 익명이 보장된 몰개성화 집단이 학습자에게 전기 충격을 준 횟수가 개성화 집단이 준 횟수보다 2배 가량 높았어요. 실험 참가자들은 학습자에게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는 걸 알았지만 상대방이 겪을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전기 충격 가해자)에 충실했어요.

아무리 실험이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전기 충격이라는 비윤리적 장치에 대해 반대하거나 거부하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 사회도 실험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의'라고 떠들면서 밀어붙이는 사람들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전기 충격과 같은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으면서 가짜 정의감에 빠져 있어요. 어쩌면 그게 자신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정의로울 것인지, 정의로운 척 할 것인지 선택할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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