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고두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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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네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이 먼저 나오네요.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알아챘어요. 나에게 온 책이구나...

저자는 "앞만 보고 달려온 그대, 이젠 잠시 멈춰 시를 만나야 할 시간"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모든 게 다 때가 있다더니, 시(詩)도 그런 것 같아요.

풋풋한 개나리처럼 내 마음에 피었다가, 어느 순간 시들어버렸는지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르게 놓아버렸던 시.

그 시가 지금 내게로 온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책은 시를 놓고 살았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은 사랑과 관련한 시뿐만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시, 여백의 미를 살린 하이쿠와 함께 그 시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어요.

누군가는 인생을 대하소설에 비유해요. 삶이란 끝나지 않은 소설 같으니까.

그런데 진짜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들은 시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때는 몰랐지만.

사랑의 기쁨과 괴로움, 이별의 아픔, 인생의 고비들마다 마음 깊숙한 곳에 흔적을 남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침내 시가 찾아와서 그 흔적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절절하게 아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감정의 파편들.


앗, 그렇다고 이 책이 나이든 사람만 읽어야 되는 전유물은 아니에요.

시는 그 언어들을 마음으로 담아낼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찾아가니까.

어쩌면 지금 이 삭막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시일지도 몰라요.

어딘가 콕콕 마음을 찌르는 뭔가를 갖고 있다면, 이 책 어딘가 어떤 시에서 그 뭔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 책에 소개된 시들은 그 시를 쓴 시인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기 때문에 시 본연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시는 마음이니까, 그냥 마음을 열면 알 수 있어요.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이 시는 대천해수욕장 포장마차에서 조개구이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다가 착상한 것이라고 해요.

공광규 시인은 소주를 마시던 체험과 실패한 인생을 한탄하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말년 기억을 교직시켜 이 시를 썼다고 해요.

소주 한 잔에 담긴 술은 아버지의 눈물이었나 봐요.

오늘밤은 아버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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