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Run Away K-픽션 23
조남주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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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픽션> 시리즈는 한국문학을 매 계절마다 국내외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하는데, 2018년 10월 K-픽션 스물세 번째 작품이 바로 조남주 작가님의 『가출』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를 통해 검증된 탁월한 번역진이 참여하여 원작의 재미와 품격을 최대한 살렸다는 점.

즉 이 책은 2개의 언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실제로 책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의외로 짧은 이야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여운이 남아서.


우선 책 맨 뒤에 실린 문학평론가님의 작품 해설에 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 우리는 조남주의 「가출」을 리얼리티 서사로 읽어서는 곤란할 것 같다.

아버지의 가출 이후 이 가족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상을 지배하지는 않고

오히려 집안은 서서히 안정되어 가는데, '나'가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88p)


저는 매우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나'의 관점에서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마치 『82년생 김지영』(민음사, 2016)이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던 배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82년생 김지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아버지의 가출, 그로 인한 부재가 슬픔과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전환점으로 느껴지면서 아무런 죄책감이 남지 않습니다.

그건 아버지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선택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내쫓은 것도, 길을 잃은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아버지는 자신을 찾지 말라고 똑똑히 본인의 뜻을 밝혔습니다. 어머니도 처음엔 당황하고 놀랐지만 곧 적응했습니다.

문득 이들 가족 중 아버지의 존재는 억지로 끼워넣은 퍼즐 조각이 아니었을까 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아버지조차도 자신의 역할이 버거웠던 거라고, 원해서 그렇게 살았던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되는 줄 알고 살아왔던 거라고.

그러니까 72세 아버지는 생애 처음으로 사춘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진정한 나를 찾아서 당당하게 집을 나갔으니, 가출한 아버지뿐 아니라 남은 가족들 모두 잘 사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입니다.


"... 조남주는 흔히 '4인 가족'으로 명명되는 정상 가족의 신화를 깨뜨리려 하면서도,

그것을 아예 해체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여전히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가지는 가치를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어떤 형태의 구성원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다소 추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가 상상 가능한 이상적 공동체의 형태가 가족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가 10년 뒤에 도달한 지점일지 모른다..." (90p)


글쎄요, 이 소설이 과연 우리가 상상 가능한 이상적 공동체의 형태가 가족일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걸까요.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어떤 형태의 구성원이든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존재는 아버지와 달리 자식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기 때문에 진정한 소통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만약 어머니도 고집불통이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신경숙 작가님의 소설과 연결지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라고 해서 다 같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런 점에서 문학평론가님의 마지막 해설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지금 한국의 가족 공동체가 마주한 당면 과제야말로 '가족 리부트'가 아닐까." (90p)


한 번쯤 읽고, 생각해 볼 만한 소설 『가출』이었습니다. 특히 조남주 작가님의 창작 노트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님에겐 애증의 소설이라지만, 독자된 입장에서는 고마운 소설이었습니다.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예리한 필력으로 잘 재단하여 간결하게 압축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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