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돼지
심상대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내라 돼지>는 심상대 작가님의 세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아이고, 이런 시작부터 감방[깜빵]이라니...

네네, 이 곳은 교도소 제1위탁공장으로 신입 출역수가 들어왔습니다.

뭐지, 그러면 영화처럼 신입을 괴롭히거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건가.


신입 중 두 남자는 기계조로 배정됩니다.

바로 털보와 빈대코.


하지만 여기에서 부르는 명칭은 이름도, 별명도 아닌 '사장님'입니다.

나이가 어리면 이름을 부르지만 웬만큼 나이 먹은 수용자는 모두 사장님이라 통칭하고, 예외적으로 조직폭력배 구성원이나 수감생활 오래된 빵잡이들끼리는 호형호제하고 지낸다고 합니다.

털보와 빈대코는 기계조에 배치되어 조장 '쇼군'을 만나면서 같은 감방생활이 시작됩니다. 제1위탁공장 기계조가 하는 일은 쇼핑봉투 손잡이 끈을 꿰는 구멍을 뚫는 일을 합니다. 처음엔 겁먹었던 털보와 빈대코는 기계조의 조장이 잘해줘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59년생 기해생 돼지띠 동갑내기라는 이유만으로 애잔한 우애의 감정을 느낍니다. 세상에나, 감방에서 든든한 동갑내기 친구가 생기고 법 없이 살아도 될만큼 선량한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다니 이것을 행복이라 말해야 하나.

짠하고 뻐근한 행복감.


"사장님, 인생이 참 엉성해요. 어물어물하다가 끝나버린 여름방학 같거든요.

방학숙제 하나도 못 했는데 벌써 개학이구나 하고 놀라던 여름방학 말입니다."  ( 110p)

서른네 살의 청년 수용수 레옹이 한 말입니다. 소년범으로 시작해 17년이란 세월을 무기수로 지내는 레옹의 죄명은 살인에 사체유기, 사체훼손입니다. 그는 신도 인간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소설이라면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징역살이 마치면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정말 의외의 스토리입니다.

물론 털보와 빈대코의 시점으로 바라본 감방 생활이라서 평온한 듯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마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무기수들도 있고,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또다른 형태의 범죄들 때문에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보다는 법을 몰라서 '어쩌다 깜빵' 신세가 된 사람들과 초짜 수용수 털보와 빈대코 그리고 또 한 명의 돼지띠 빠빠용에게 더 초점을 맞췄을 뿐...  교도소는 역시나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되뇌이게 됩니다.


"그래...... 힘내라 돼지!"  (30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