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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
강철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0월
평점 :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는 만화가 강철수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딱딱한 역사 교과서 같은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악연, 왜 그토록 서로를 미워하는가?
저자는 진짜로 두 눈, 두 발로 일본 열도 곳곳을 현미경처럼 살펴나갔다고 합니다.
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장장 30년을 집시처럼, 떠돌이 무사처럼 일본 전역을 훑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답을 찾고 싶었던 걸까요?
이렇듯 책의 탄생 비화는 엄청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지만, 책의 내용까지 무겁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나그네가 바라보듯이 두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복 후 80년을 쉼 없이 일본을 손가락질하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위안도 얻지 못한 채 지쳐버렸습니다.
진정한 대화조차 시도한 적 없이, 양 나라 국민들은 지쳐버렸습니다.
저자는 애초에 잘못된 만남일지라도 이제는 이성적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진왜란도 태평양전쟁도 결국 양쪽 권력자들의 무능과 광기로 벌어진 일이며, 권력에 짓눌린 아랫것들은 전쟁에 내몰린 희생자요, 피해자일 뿐입니다.
이 책을 읽다가 뜬금없이 예전에 읽었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떠올랐습니다.
익명의 도시에서 벌어진 원인불명의 실명이 전염병처럼 퍼져가서 모두가 눈이 멀게 되는 이야기. 그들 중 유일하게 안과의사의 아내만 볼 수 있으나 광기와 폭력 앞에 속수무책이 됩니다. 과연 그게 나였다면 달랐을까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본을 비판하거나 혹은 용서하자는 얘길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순수한 인간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떻겠냐고 되묻고 있습니다.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 안타깝게도 역사는 무능한 권력자들 때문에 위기를 겪었고, 사악한 권력자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시대든지 나쁜 놈들은 교묘하게 살아 남아 약자들을 괴롭혀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은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미래입니다.
"한국인은 누구나 조금은 일본에 대한 응어리를 안고 산다.
특히 우리 노땅 세대는 거의 평생을 반일, 극일 속에 살아왔다.
혹시... 그게 원인일까?
너무 오랜 기간 남을 미워하고 저주를 하면
그것이 뱅뱅 돌아 자기 가슴에 와 꽂힌다는 소리.
나는 모든 것을 상세히 알고 싶었다.
...
우리 조상들은 무얼 하다가 그 많은 고초를 겪었고,
일본은 왜 그리도 이 땅에 눈독을 들일까?
... 오늘은 이것을 알아보고 다음 주는 저 사건을 들춰보고... 10년
... 다시 20년...
되돌아보니 장장 30년을 집시처럼, 떠돌이 무사처럼 일본 전역을 훑었다.
...
이 책은 내 고집과 땀으로 쓴 '스토리가 있는 조선·일본 보고서'다.
...
참혹한 전란과 민초들의 애환을 종이에 적다가
나는 확고한 사실 하나를 알아냈다.
세상에 태생적 살인마는 없다.
다만 절대 권력 주변을 늘 세 줄기 안개가 휘감고 있을 뿐...
악마는 언제나 그 속에 있었다.
무지, 탐욕, 오만. " (12-1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