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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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덥석 읽게 된 『제0호』.

제목부터 궁금했던 『제0호』의 실체는...

바로 창간되지 않을 신문을 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건 특별한 독자를 위한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조목조목 시간 순으로 자세하게 그들이 어떤 식으로 뉴스를 만들어내는지.

마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탈리아 정세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좀더 이해하기 수월했겠지만, 아니어도 문제될 건 없습니다.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장황하게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걸 다루는 언론이니까.


"... 보다시피, 신문들은 뉴스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뉴스를 덮어서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

X라는 사건이벌어지면, 신문은 그것을 다루지 않을 수 없어. 하지만 그 뉴스를 거북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면 같은 호에 독자의 머리털이 곤두서게 할 만한 충격적인 기사들을 싣는 거야.

... 그러면 X라는 사건의 기사는 정보의 큰 바다에서 익사해 버러지. ..."   (250- 251p)


소름돋게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요즘들어 시끄러워진 가짜뉴스, 황색 언론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주인공 콜론나는 싸구려 글쟁이 노릇을 하는 중년의 남성입니다. 패배의식으로 가득찬 그에게 『도마니』신문의 기자 일은 생계의 연장선일 뿐.

그러나 점점 깊숙히 알게 될수록 자신의 비루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현명해졌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스스로 패배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라면 너무나 씁쓸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주인공에게 뭔가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1992년 6월 6일 토요일, 오전 8시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지 않았다." (11p)


소설의 첫 문장을,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서 움베르토 에코는 친절하게 다시 재구성해줍니다.

『제0호』는 나쁜 언론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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