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매번 느끼는 의문점 하나.

왜 굳이 '라이트 노벨'이라는 이름표를 붙일까요?

일본에서 만든 '라이트 노벨'이란 명칭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저 가벼운 소설로 치부되는 게 안타까워요.

아무래도 책표지부터 일본 만화풍의 삽화가 들어가서 더욱 그런 편견이 굳어진 것 같아요.

일단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이야기인지, 무엇을 느끼게 되는지... 감동은 저울질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읽는 사람마저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예요.

주인공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아싸(아웃사이더)'예요.

다른 아이들과 교류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외톨이.

특별히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니고, 그냥 스스로 벽을 치는 스타일이랄까.

암튼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혼자 교실에 있던 나에게 같은 반 여자애가 말을 걸었어요.

이름은 아키야마 아스나.

그녀 역시 존재감 없는 아싸인데, 갑자기 불현듯 건넨 첫 마디가 "전향성 건망증"이었어요.

뭐지?  아스나가 말을 건 이유는 "그거야 네가 친화수니까."라고 말했어요.

정말이지 미스터리 소녀예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이제부터는 설명을 해도 수학을 모르는 사람에겐 물음표만 둥둥 떠다닐 설명이니 그냥 넘어가도 상관없어요.

친화수는 아스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숫자 중 하나인데,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연수의 쌍으로, 어느 한 수의 약수를 더하면 상대 수가 된대요.

참고로 가장 작은 친화수는 220과 284로, 나의 생일이 2월 20일이라서 아스나의 관심을 끈 거예요. 284는 아스나의 생일이라서 수학적인 면에서 운명이라고 느꼈대요.

284는 그레고리력의 윤년의 284번째 날이 10월 10일, 즉 아스나의 생일이래요. 고로 220과 284라는 친화수가 둘 사이의 연결고리인 거죠.

아스나는 수학를 사랑하는 천재 소녀예요. 중학교 시절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에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대요.

그건 기억이 한 달 주기로 리셋된다는 뜻이에요.

먼저 친구가 되자고 한 건 아스나지만 한 달마다 기억이 리셋되기 때문에 나는 매번 처음처럼 사귀는 과정을 겪게 돼요. 물론 아스나는 리셋된 기억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신의 노트에 기억해야 할 내용만 적어놓고 있어요. 좀 황당하지만 신기한 사연이죠?

아스나는 마치 일본영화<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박사님이 떠올라요. 세상 모든 것을 숫자를 통해 바라보는 점이나 사고로 인해 기억을 80분밖에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

"전향성 건망증" 때문에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못했던 아스나는 왜 나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을까요?
아웃사이더였던 나는 왜 아스나와 순순히 친구가 되었을까요?

천천히 조금씩 가까워지는 나의 마음, 그러나 아스나는 기억이 리셋되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요.

아스나는 한 번도 나의 이름을 불러준 적이 없어요. 이름을 부르면 내가 가진 멋진 숫자의 매력이 옅어질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아스나가 '내가 아니라 내가 가진 숫자'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죠. 기억과 숫자 사이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문득 사랑이란 심장에 새겨진 기억 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머릿속에 기억은 사라져도 두근두근 심장은 기억하는 사랑.

이름모를 주인공 '나'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그 심장의 떨림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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