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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
쇼노 유지 지음, 오쓰카 이치오 그림,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10월
평점 :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라는 제목과 책표지를 보고,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부끄러운가, 아니면 괴로운 건가.... 모두 틀렸습니다.
이 책은 지방 도시에서 커피 로스터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녹록치 않은 자영업자로 살아 오면서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잘 꾸려왔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난 이렇게 성공했어!"라기 보다는 "우왕좌왕 헤매고, 서툴러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어."라는 느낌으로.
그러니까 '아무도 없는 곳'이란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뜻합니다.
커피 가게 주인으로서 그의 일상은 똑같다고 합니다. 가게 문을 여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콩을 볶고 포장을 하며 정오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장을 지킵니다. 정기 휴일에만 쉬고, 임시휴업은 없습니다. 할인도 하지 않고 포인트 카드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개업하고 나서 한 번도 커피콩 가격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손님에게 가격 이상의 만족감과 신뢰감을 주고 싶어서 주인장 스스로 정한 규칙이라고 합니다.
개업 초기에는 커피콩을 볶고 파는 일 이외에도 커피나 음료까지 만들어 판매했으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아서, 지금은 커피콩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목표는 매일 마셔도 몸과 지갑 모두에 상냥하면서도 그럭저럭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랍니다.
'그럭저럭 맛있는 커피'라는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
작은 가게만의 특권인 것 같습니다. 최고가 되어야겠다거나 완벽함을 추구하겠다는 식의 경영 철학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며, 친구를 믿고, 가족을 믿고, 손님을 믿는 일입니다. 일과 관련된 사람을 믿는 것입니다. 때론 배신당하는 일이 있겠지만 배신하기보단 배신다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배신당하면 슬프긴 해도 마음은 강해지지만, 배신하면 마음이 탁해지니까. 세상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서, 웃으면서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쇼노 유지, 이 책의 저자는 성공한 자영업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복한 사람이란 건 확실해 보입니다. 커피콩을 볶듯이 인생을 향긋하게 지지고 볶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누가 뭐라든, 내가 괜찮으면 그걸로 족한 거니까요. 그럭저럭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