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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평점 :
세상은 늘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본다고 다 아는 게 아니란 뜻이죠.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어야 제대로 아는 것인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알아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작년 이맘때,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는 현직 검사의 용기있는 고발이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과격한 양상도 있었고, 변질된 부분도 있었어요. 특히나 가해남성으로 지목되었던 연예인의 사망은 충격을 줬어요.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지만, 그것이 본질을 덮는 핑곗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 이후에도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 불법촬영, 사이버 성폭력 등의 사건들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미투 운동 이후 여성을 향한 폭력이 더 늘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뉴스가 차고 넘쳐요.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저 역시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페미니즘은 여성학자 혹은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이토록 두려운 사랑>은 작고 얇은 책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그건 자꾸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서 그래요.
주말드라마 같은 제목 때문에 소설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연애를 주제로 한 '일상의 여성학' 강좌라고 볼 수 있어요.
젠더 불평등과 섹슈얼리티 폭력에 무감한 한국 사회에서 과연 사랑은 가능한 것인가?
저자는 실제로 '이토록 두려운 사랑' 강좌를 했었고,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질문과 토론' 방식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참고 서적과 관련 영화, 드라마가 대부분 봤던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문제의식을 갖게 됐어요.
잘못된 점은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으면 괜찮은 걸로 용인될 수 있어요. 그게 무서운 거예요.
이제까지 남성 중심으로 해석된 수많은 문화 콘텐츠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오염시켰다고 봐요.
여성이라면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나쁜 남자' 이미지에 속지마세요.
영화와 드라마에서 아무리 멋지게 포장해도, 나쁜 남자는 결국 현실에선 잠재적 범죄자일 뿐이에요.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남성을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또한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일들은 엄중처벌해야 돼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연애 불능 시대'라는 결론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통한 궁극적인 사랑의 패러다임 모색이에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필요한 시대니까, '어떻게 사랑할까?'에 집중할 때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에 나오는 질문과 토론이 좀더 공론화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