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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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의 기억들이 어느새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황경신 글 /  김원 사진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100개의 시와 사진... 이건 마치 흩날리는 낙엽 같아서...

그 낙엽들이 촉촉한 비와 함께 내 마음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이미 많은 비가 왔다


이미 많은 비가 왔다, 지금도 충분히 어둡다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올라

끝내 사라진다, 불러도 소용없다

두려운 일들은 막상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다

지쳐 쓰러지는 모습은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기껏해야 세상의 쓸쓸한 그림자일 뿐인

나의 흔들리고 어지러운 모습은    (089p)


이 책을 펼치자, 내게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눈물방울, 빗방울, 방울방울 떨어지는 ... 파도가 서늘하게 부딪혀대는 바다.

뭘까요, 이 먹먹한 기분의 정체는.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올라'라는 문장처럼.

어쩌다보니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책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끄적끄적 뭔가를 적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따라 적고 있었습니다.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흐려지는 것도 추억입니까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날아가는 것도 꿈입니까

잡을 수 없는 것도 삶의 흔적입니까

온종일 그대에게서 달아날 궁리만 하던 그때는

가도 가도 깊은 사막인 줄 알았습니다

기억들 알알이 흩어진 지금

나는 더 깊은 사막 속에 묻혀 있습니다    (205p)


지나간 시간들은, 그것이 추억이든 사랑이든 꿈이든 삶의 흔적이든

내게는 기억들로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지금 가장 두려운 건 날카로운 통증이 아니라 지워지는 망각입니다.

모조리 잊혀질까봐, 다 사라질까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까봐...

나는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지만,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므로.

지워지지 않는 한 내 안에 머물거라는 걸 압니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들도 사랑입니다.

이 책은 PAPER 특유의 감성으로 마음을 흔들어댑니다.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을이 지나가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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