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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쉬의 작은 꽃들 - 라쉬 공동체의 진실한 이야기
크리스텔라 부저 지음, 박준양.조재선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라쉬 공동체를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어요.
라쉬(L'ARCHE)는 프랑스어로 ‘노아의 방주’를 의미한대요. 라쉬는 지적장애인과 함께 하는 국제 공동체라고 해요.
1964년, 장 바니에가 프랑스 북부의 '트로슬리(Trosly)'라는 마을에 두 장애인, 라파엘과 필립을 맞아들여 함께 살면서 시작되었대요.
이 최초의 공동체를 시점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 현재 37개국에 152개의 공동체가 있대요.
라쉬 공동체에서는 장애인이라는 말 대신에 '핵심 구성원(core member)', 일하는 사람, 봉사자 대신에 '조력자(assistant)'라고 부른대요.
<라쉬의 작은 꽃들>은 라쉬 공동체의 이야기들을 모아 엮어낸 책이에요.
크리스텔라 부저 수녀님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라쉬 공동체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적었다고 해요.
장 바니에는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우리 시대의 예언자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라고 말했어요.
이 책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어요.
맑고 순수한 영혼을 마주한 느낌... 그들이 왜 우리 시대의 예언자인지.
세상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차가운 시선들이 존재해요. 때론 무시하고 함부로 짓밟기도 해요. 그들은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고통 속에서도 그들은 환하게 웃고 있어요. 누굴 탓하거나 원망하는 일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요. 길가에 핀 작은 꽃들처럼.
책의 내용은 매우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요.
앞서 라쉬 공동체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어떤 이야기는 누군가의 육아 일기라고 착각했을 것 같아요.
마치 어린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처럼 스스럼 없이, 숨기는 것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있어서, 그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라쉬 공동체의 사람들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 속에서 작은 기쁨과 넘치는 사랑을 누리고 있어요. 그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요.
어쩌면 우리는 늘 뭔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요. 이미 충분하다는 걸, 그것도 모르는 바보.
아무리 똑똑한 척, 잘난 척 해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있겠어요. 행복은 그대 마음 속에 있어요.
폴은 이십 대 중반의 청년으로, 발달장애와 뇌성마비에 더해 혈우병까지 앓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수혈하는 과정에서 에이즈 AIDS에까지 감염되었다.
이렇게 많은 고통에도 폴은 다가오는 죽음을 매우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는 폴이 어떻게 그토록 의연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가 임종하기 2주 전쯤, 나와 또다른 조력자 이렇게 두 사람이 폴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나는 폴에게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괜찮냐구요?"
그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조력자를 쳐다보며 물어보았다.
"저를 사랑하세요?"
갑작스런 물음에 흠칫 놀랐지만 그녀는 폴을 정말로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녀가 폴을 간병하는 것 자체가 사랑의 표지였다.
폴은 이번에는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물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사랑하실까요?"
나는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폴을 사랑하신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폴이 대답했다.
"있잖아요.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시고 하느님께서 저를 사랑해주신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I'm okay. Everything's okay.
- 미국의 레이니어 학교 (170-17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