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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도리스 레싱의 단편선 <사랑하는 습관>.
책의 두께로만 본다면 단숨에 읽을 정도로 얇은 책입니다.
그런데 쉽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모두 1957년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번역된 것은 1994년판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그동안 역동적이고 독자적인 삶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마치 작품을 탄생시킨 건 작가지만, 이후에 작품이 독립적으로 성장해온 듯한 느낌이랄까.
각각의 작품은 주인공이 다르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유럽인들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뭔가 불안하고 불편한 심리를 미묘하게 보여줍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탁월한 인물 묘사 때문에 신경이 쓰입니다. 딱히 집중할 의도가 없는데 집중하게 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한심한 남자들... 그리고 그 주변에 머무는 여자들...
하지만 그들을 함부로 비난할 자신은 없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습관>의 조지와 <다른 여자>의 지미는 처음엔 분노 유발자였는데, 나중엔 그러한 감정조차도 허무해집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느낄 감정까지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너도 이제 포기했구나, 보비."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흡족한 목소리였다.
보비는 반항적인 눈으로 조지를 흘깃 보았다.
"이제는 이런 허튼 짓을 할 시간이 없어요. 정말 시간이 없어요.
우리 모두 이제 늙어가고 있으니까요. 안 그래요?"
조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여자를 보았다.
.... 피의 박동은 눈으로 올라왔지만, 그는 두 여자를 보고 싶지 않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56p)
문득 어떤 책에서 봤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죽기 직전에 사람들에게 인생이 어땠냐고 물었을 때 80프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인생이, 인생이 너무 짧았다고...
그래서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들은 너무 짧은데, 쉽게 읽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놀라운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