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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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에서 흠칫 놀랐습니다. 이 사고는 마치...

한국 여객선 블루오션호 침몰사고.

쿵, 뭔가 배에 부딪치면서 크게 흔들렸고, 선체는 복원되지 않은 채 점차 옆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내방송도 없었고, 구명조끼를 나눠 주는 선원도 없었습니다. 선원들은 이미 구명보트를 타고 도망가는 중...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구하기 위해 아비규환.... 구명조끼가 부족해서 입지 못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물속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여객선이라 일본인 승객이 115명 있었습니다.

사망자 251명, 실종자 57명, 생존자 25명.

사고 발생일로부터 이틀 뒤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승객 중 한 명이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에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이 나온 것.

그 영상은 어떤 남자가 여자를 폭행하며 구명조끼를 억지로 빼앗는 장면으로 두 사람이 다투는 목소리까지 녹음돼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일본인으로 밝혀졌고, 영상 속 남자는 구출자 명단에 있었고, 피해자 여성은 실종됐습니다.

남자의 정체는 금세 밝혀졌고, 경찰은 남자를 폭행죄로 체포했으나 재판에서는 '긴급 피난'에 해당된다는 변호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런 게 법인가!?

맞습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엄청난 한 방을 날립니다.

누가봐도 파렴치한 남자의 행동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얼마든지 무죄가 될 수 있는 현실.

이 소설의 주인공 미코시바 레이지는 악덕 변호사입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변호를 맡고, 확실하게 집행유예를 만들어주는 실력자입니다.

악명은 높았으나 실력만큼은 인정받았던 그가 위기에 처한 건 과거 범죄 이력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미코시바는 열네 살 소년 시절에 여자아이를 살해했고 절단한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체포되어 의료소년원에 보내졌는데, 그 안에서 홀로 공부하여 사법 고시에 합격했던 겁니다. 이러한 끔찍한 과거가 드러나면서 언론은 그에게 '시체 배달부'라는 별명을 붙였고, 멀쩡한 의뢰인은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겨우 조직폭력배 조직만 고객으로 남은 정도.

여기까지만 보면 미코시바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변호를 자발적으로 맡습니다. 처음으로 돈 때문이 아닌 다른 것을 위해서.

미코시바가 소년원에 있을 때 담당 교관이었던 이나미 다케오.

요양원 '백락원'의 입소자였던 75세 이나미 다케오가 요양 보호사 도치노 마모루를 꽃병으로 가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살인 용의자 이나미는 자신의 혐의 일체를 인정했고, 국선 변호사가 맡은 사건인데 우연히 신문 기사를 본 미코시바가 직접 찾아가서 변호를 자청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나미, 도치노, 미코시바... 그밖에 여러 사람들.

끝까지 그 이유를 묻게 만듭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물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선과 악을 쉽게 단정할 뿐.

소설의 제목 '은수'는 사람 이름이 아닙니다. 은수 (恩讐) 는 '은혜와 원수'를, 레퀴엠 (requiem) 은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 진혼곡을 뜻합니다.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하나씩 풀려갈 때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사이코패스로 봤던 미코시바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은수의 레퀴엠』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3편이라고 합니다. 도저히 궁금해서『속죄의 소나타』와 『추억의 야상곡』을 읽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이름을 내 머릿속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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