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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 - 한 젊은 과학자의 밤 생활에 숨겨진 아슬아슬 유쾌한 물리학 파티
라인하르트 렘포트 지음, 강영옥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은 흥미로운 제목으로 독자를 유혹합니다. '물리학자'라는 낯선 단어가 전혀 거리낌 없이 느껴지는 건 바로 '은밀한 밤 생활' 때문일 듯.
송년의 밤 파티 vs 은밀한 밤 생활
당사자에겐 동일한 의미겠지만, 역시 표현이 다르면 전달되는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호기심 자극 팡팡!!!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물리학자'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물리학'보다는 더 많을지 모르겠지만, 다 합쳐봐도 그리 인기있는 분야는 아닐 것 같습니다.
자,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젊은 물리학자 라인하르트 렘포트, 이 책의 저자는 친구들과의 즐거운 하룻밤 파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슬쩍 물리학을 곁들입니다. 전혀 티 안나게~
파티 분위기에 취하다 보면, 어려운 줄 알았던 물리학이 슬그머니 파티 속 대화 주제가 되어 버립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 일상에 숨겨진 물리학적 기본 원리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맥주병끼리 세게 부딪칠 때 맥주 거품이 분출하는 이유는?
방금 사온 미지근한 맥주를 최대한 빨리 냉각시키는 방법은?
사용했던 건전지들 중에서 충전 상태 확인하는 방법은?
와인 잔에 생기는 마랑고니 효과는?
마구 흔들어놓은 캔과 흔들지 않은 캔을 구분하는 방법은?
파티에서 폭죽을 터뜨릴 때, 로켓의 원리를 아주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만약 이 질문들에 대해서 뭘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그게 물리학 공부의 시작입니다.
친구들끼리 파티를 즐기다가 내기를 하거나 게임을 할 때에도 물리학 지식을 은밀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마치 행운의 여신이 도운 것처럼 능청을 떨면서...
그 중에서 잘난 척을 좀 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과학 상식 하나를 소개하자면, (저자가 이론물리학 3학기 때 교수님께 배운 내용임)
사람은 둥근 형태의 크기를 구분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친구들에게 이 내용을 언급했더니 다들 믿을 수 없다며 내기를 제안합니다.
와인 잔, 마티니 잔, 손잡이가 달린 맥주 컵을 코앞에 갖다주면서, 세 가지 중 윗면의 둘레가 높이보다 더 큰 것과 뭔가 달라 보이는 것을 고르게 합니다.
내기의 결과는 저자의 승리, 덕분에 맥주 한 박스를 공짜로 얻었다고.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와인 잔, 마티니 잔, 맥주 컵은 일정한 비율의 윗면 둘레 길이와 높이로 제조된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컵의 치수가 이 기준을 충족합니다.
손잡이가 달린 맥주 컵도 윗면의 둘레가 높이보다 최소 10cm 길고, 심지어 길쭉한 모양의 샴페인 잔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눈으로 보기엔 컵 윗면 둘레가 높이보다 훨씬 짧을 것 같다는 게 함정.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니~~
인간은 거리의 차이는 잘 구별하지만 넓이의 차이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고대인들이 수렵이나 채집 생활을 하면서 거리 감각은 생존과 연결되니까 발달했지만, 넓이를 가늠하는 능력은 발달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러니까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발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나의 추측입니다.
웃고 떠들며 즐기는 파티에서 물리학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게 생뚱맞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재적소에 물리학을 접목시킨 점이 기발합니다. 역시나 과학 지식을 파티의 안주 삼아 이야기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는 물리학자 덕분에 편안하게 물리학을 만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