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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 ㅣ 소설Blue 6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8월
평점 :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라는 제목이 익숙해서 혼자 중얼거렸어요.
어디에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가물가물...
작가의 말을 통해 기억이 떠올랐어요.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 놀랜드가 했던 말.
"계속 숨을 쉬어야만 해.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니까.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
4년 동안 무인도에 갇혀 혼자만의 치열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을 보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이에요. 현제, 제현, 지수, 기동 그리고 미스터리 소녀 혜진.
'아무도 나를 이해 못해. 난 혼자야.'라고 느낄 때, 그건 어쩌면 무인도에 떨어진 기분일 것 같아요.
하지만 섣불리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겠어요.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십 대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두 가지 유형일 것 같아요.
잔소리하는 어른과 무관심한 어른.
그 어느 쪽도 도움이 되지 않죠. 애초에 어른들은 제멋대로, 자기들 편한대로 하니까 뭘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게 아이들의 결론이에요.
놀랐어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몹시 찔렸어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을 나무라기만 했는데, 입장을 바꿔보니 너무 답답했어요.
아이들은 로봇이 아닌데, 매일 명령어만 입력했던 것 같아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그건 안돼....
"이게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부모들의 뻔한 레파토리.
진짜로 부모들은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건데, 아이들은 다르게 느껴요. 듣기 싫은 잔소리, 참을 수 없는 간섭.
현제는 엄마 때문에 절친 제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요. 엄마가 분명 1년에 하루는 결석할 수 있는 증서를 줘 놓고는 딴소리를 하는 거예요. 결석의 조건은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거래요. 그럴 거면 왜 결석을 하겠어요. 현제는 원래 제현이랑 여행을 가려고 했어요. 지금 제현이가 많이 힘든 상태라서 위로해주고 싶었거든요.
제현이는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에 멘붕 상태예요. 엄마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아빠는 젊은 여자와 결혼했어요. 왠지 부모님한테 버림받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무단결석을 하면서 소심하게 반항 중이에요. 며칠째 찜질방에서 버티다가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게 돼요.
지수는 에너지 넘치는 친구예요. 여자인 듯 여자 같지 않은. 실제로 남자애들은 지수가 여자란 걸 종종 잊는 것 같아요.
기동이는 먹을 거라면 정신 못차리는 친구예요. 멈출 수 없는 식탐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 비밀은 지수만 알고 있어요.
그리고 미스터리 소녀 헤진이는, 현제와 제현이가 한밤중에 몰래 학교에 갔다가 만나게 된 아이에요.
제현이는 혼자만의 고민을 끌어안고 있었는데, 혜진을 만나면서 그 아이를 돕고 싶어졌어요. 제현이에게 혜진이 이야기를 들은 현제와 지수, 기동이도 적극적으로 힘을 모았어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할 줄 아는 친구들이 정말 멋지다고 느꼈어요.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제법 컸구나... 기특했어요.
사나운 파도 앞에 혼자였다면 쓰러졌을 거예요.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는 거예요.
너희들은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을 가졌어 ... 마음이 놓였어요.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파도를 맞을 수 있도록, 멀리서 응원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