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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이공계다 - 이공계를 지망하는 대한민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조영호 지음 / 해나무 / 2018년 8월
평점 :
<이것이 이공계다>는 이공계를 지망하는 대한민국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책입니다.
저자는 융합공학자 카이스트 교수로서 자신이 걸어온 30년간 이공계인으로의 길에 대하여 진솔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이공계란 어떤 곳인지 이보다 더 친절한 설명은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 MEMS 분야의 제1호 기계공학 박사가 어떻게 현재 바이오 영역에 속하는 암 치료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을까요?
원래 초기의 연구는 MEMS 기술로 부품을 작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작은 부품일수록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성능의 안전성과 신뢰성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공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해도 답을 얻지 못하던 중, 문득 주변의 아주 작은 생명체에서 답을 얻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를 응용해서 당면한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생명체 구조에서 공학적 아이디어를 얻고 나노 영역에서의 과학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체모사라는 방법을 도입한 최초의 기술개발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행보에 대해 나노 기술과 바이오 기술의 융합적 시도라고 평가합니다만 실제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융합이 목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로 다른 두 영역을 함께 연구했을 뿐이라고. 생명체를 닮은 기계 제작이 목적이 아니라 나노 크기의 생명체에 담긴 구조와 원리를 재해석해서 나노 영역에서 제기된 과학기술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 대세인 '융합'이란, 트렌드에 맞춰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그러니까 융합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의 결과였던 것입니다. 또한 융합 연구 과정에서 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성공 여부는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목적을 위해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반드시 목적이 같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목적'이 등장합니다.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왜 그것을 하고 싶니?"라고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자기만의 목표를 세울 때 고려할 점은 단 하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까?'입니다. 따라서 목적을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자기가 꼭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어야 그 목적에 필요한 것을 골라 공부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공계를 선택하는 건 목적을 위한 과정이지, 목적 그 자체가 아닙니다.
조영호 교수님은 '사람'을 목적으로 두었기 때문에 기계공학 연구부터 암 연구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기업의 투자를 받지 않고 오로지 정부 지원으로 이 연구를 진행한 것은 새로운 기술 개발이 사람을 살리는 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목표는 계속 바뀌었지만 목적은 늘 '어떻게든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는 점이 굉장히 존경스럽습니다.
결국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언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자신의 길을 잃지 않으려면 무슨 일을 하든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위함인가, 아니면 나 스스로를 위함인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모니터링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목적을 향해 가는 나침반 역할을 해줍니다. 이공계인으로서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는 값진 조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