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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핑팡퐁
이고 지음 / 송송책방 / 2018년 8월
평점 :
<어떤 핑팡퐁>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서 힐링 만화로 유명했다는 바로 그 이야기.
굉장히 현실적인 공간 속에 동물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 확실하게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프롤로그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살아 있는 모든 이에게
각기 살아갈 방도를 주셨나니,
사슴에게는 뿔을 주셨고
고릴라에게는 근육을 주셨으며
사자에게는 발톱을 주셨더라.
그럼 사람에게는?
슈슉
퍼엉
가면을 주시었다.
<어떤 핑팡퐁>의 매력은 개성 넘치는 '동물 가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가면이 아니라 동물 가면이라서 명쾌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외모적인 특징이나 표정을 신경쓰게 되는데, 동물 가면은 달리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핑이는 여자 고양이, 퐁이는 여자 토끼, 팡이는 남자 강아지.
세 친구 핑팡퐁이 운영하는 '피파포'라는 작은 카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는 평범한 도시생활자들의 일상 이야기.
그래서 "어? 이건 내 이야기네~"라고 공감하는 에피소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밖의 등장인물들도 동물 가면 때문에 어떤 분위기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핑이의 남자친구 레드는 사자, 레드의 절친 고든은 남자 곰, 팡이의 절친 스콧은 남자 고릴라, 콘텐츠 회사 대표이자 레드의 절친 소키는 남자 재규어, 소키의 회사 직원이자 소설가 후미고는 여자 판다, 소키 회사의 직원 발렌타인은 남자 사슴...
문득 나라면 어떤 동물 가면이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아직도 못 찾았습니다. 중요한 건 동물 가면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진짜 '나'일테니까.
그건 마치 책 속에 나온 내용처럼 '완전한 나'를 찾아 헤매는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딱히 불행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마음 한편에는 뭔가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나는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얼른 시간이 흘러
서투른 것들이 자연스러워지기를.
부끄러운 일들은 모두 잊혀지기를.
그러나
'완전한 나'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으며
아이는 어른이 된다." (136-143p)
가장 공감했던 내용입니다. 애초에 사람들이 가면을 쓰게 된 건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걸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그럴듯해 보이는 가면을 쓴 것입니다. 그래서 동물 가면을 쓴 사람들조차 서로 오해하고 편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엔 재규어 가면을 쓴 소키를 냉정하다고 여겼는데, 나중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도 당사자가 아니면 속내를 알 수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만큼은 가면을 써도 보인다는 겁니다. 핑이와 레드처럼 서로 완전 달라도, 사랑에 빠지니까.
수많은 고민들을 단숨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동안에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고, 그렇게 사는 거라고... 어떤 핑팡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