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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여왕 ㅣ 백 번째 여왕 시리즈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상상하기. 책을 읽고나서 상상했던 것과 비교하기.
<백 번째 여왕>은 강렬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 때문에 온전히 나만의 상상을 즐기진 못했습니다.
자꾸만 예쁜 소녀의 얼굴이 어른거려서... 일단 저 소녀가 백 번째 여왕이 되어 제국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상상해봤습니다. 왠지 분위기는 하이틴로맨스 같기도....
그러나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라는 점 빼고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좋았습니다.
<백 번째 여왕>은 작가 에밀리 킹이 수메르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첫 번째 이야기, 즉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제목만으로도 뭔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매력이 있더라니, 역시나 책을 펼치자마자 푹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로맨스 판타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책입니다.
다만 제목 때문에 착각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은 백 번째 여왕이 아니라 백 번째 왕비인데, 제목이 후자였다면 매력이 떨어졌을 게 분명합니다.
간략한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은 열여덟 살 고아 소녀 칼린다(칼리)로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야는 칼린다가 유일하게 믿는 자매입니다. 수도원은 오직 후원자들의 헌금으로만 운영되기 대문에 후원자들이 방문해서 자매들을 자신의 하녀, 첩 또는 아내로 삼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매들은 이 산골짜기 요새 같은 수도원을 떠나고 싶어하는데, 유일한 방법이 바로 후원자의 소환입니다. 소환되면 후원자가 지시하는 대로 살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칼리는 소환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노예의 삶과 다를 바 없으니까. 무엇보다도 칼리가 원하는 건 자야와 함께 있는 것뿐.
여기에서 신기한 건 수도원의 어린 자매들이 매일 결투 훈련을 한다는 것입니다.
목검 수련을 마치면 철검으로 막고 찌르는 연습을 하는데, 칼리는 아직 진검으로 훈련받은 적이 없습니다. 새총은 자신 있지만 시합하는 링 안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무기입니다. 그건 칼리가 오랫동안 열병을 앓고 있어서 제대로 훈련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야는 뛰어난 실력을 가졌습니다.
암튼 자매들이 훈련하는 목적은 무술 시합 때문인데, 시합의 우승자가 후원자에게 소환될 자격을 얻습니다. 이게 무슨 해괴망칙한 짓인지...
"시합은 상대방을 먼저 피 흘리게 해야만 끝난다."
마치 로마의 지배층이 노예들끼리 결투를 시키고 즐기는 것과 흡사합니다. 잔인한 놈들.... 그 정점에는 고대 왕국 타라칸드 제국의 지배자 '라자 타렉'이 있습니다.
은밀하게 수도원을 찾은 타렉은 자신의 마지막 백번 째 아내를 소환하기 위한 시합을 벌이게 합니다.
자야와 나테사의 시합에서 나테사는 의도적으로 자야의 뺨에 상처를 냈고, 그걸 본 칼리는 분노하며 나테사를 공격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타렉은 백번 째 아내로 칼리를 선택합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순간 칼리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맙니다. 어쩌면 그것조차 운명이었는지도...
복종을 강요하며 여자들을 남자들의 노리개쯤으로 여기는 장면들이 몹시 불쾌하지만 그걸 정면으로 도전하는 주인공 칼리가 있어서 참을만 합니다. 또한 숨막히는 로맨스까지 있어서 도저히 중간에서 멈출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피비린내 나는 결투를 통해 마지막 생존자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한다는 발상이 야만적으로 느껴지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과연 칼리가 들고 있는 저 칼은 누구에게 향할까요?
<백 번째 여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리즈 2권 <불의 여왕>에 대한 소개가 책의 뒷날개에 나옵니다. 음, 칼리는 그냥 백 번째 왕비가 아니라 진정한 여왕이 될 운명이었군... 앗,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그만... 중요한 건 언제쯤 2권이 나오느냐인데, 이렇게 기다리게 만드는 건 반칙입니다.
참, 초판에만 '칼린다' 등신대가 들어 있습니다. 옛날 종이인형처럼 오려서 테이프로 고정하면 예쁜 칼린다 등신대가 완성됩니다.
소녀감성의 레트로 아이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