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가든 (리커버) - 개정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넌 어떻게 지내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건네는 흔한 질문.

서로 못 본 시간만큼 어색할 것 같지만, 이 질문 하나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집니다.

여자 친구들끼리는 그렇습니다. 주변에서 그녀들의 수다를 관찰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화가 끊이지 않을 수 있는지 신기해 할 것 같습니다.

<홀리가든>은 두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안경점에서 일하는 가호와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인 시즈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로 2007년 한국에서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10주년 기념으로 나온 리커버 개정판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예쁜 일러스트 표지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더라니..... 딱 봐도 왼쪽이 시즈에, 오른쪽이 가호.

사실 2007년에는 이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만 오히려 지금이라서 적절한 것 같습니다. 뭐랄까, 10년 만에 만나는 친구 같은 느낌?

가까운 친구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가호와 시즈에는 그 거리를 잘 유지하는 친구입니다.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친구가 많은 가호는 그녀들과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지만, 만나지 않을 때는 딱히 존재감을 갖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자 친구'라는 말은 그녀들 모두의 이름이며, 실체가 됩니다. 분명 친구들은 그립고 사랑스러운 존재인데, 중요한 건 친구라는 사실이지, 상대가 누구냐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시즈에는 좀 다릅니다.

시즈에와 가호는 1년 남짓 함께 살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서로의 민낯을 봤기 때문인지, 가호는 시즈에한테는 유독 까탈스럽게 굴었습니다. 원래 가호가 사는 아파트에 시즈에가 빌붙어 살았던 거라서 티격태격의 결과는 시즈에만 쫓겨나듯 그 집을 나온 것입니다. 다만 가호는 눈치 없게도 동거 시절을 즐거운 추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시즈에 역시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라서 여전히 친구인 거지만.

시즈에 : "잘 지내?"

시즈에는 아주 가끔 가호가 일하는 안경점으로 전화를 겁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쑥 안부를 묻는 전화에 가호도 이런저런 일상을 늘어놓게 됩니다. 열심히 맞장구 치던 시즈에의 목소리가 점차 변합니다. 그리고...

시즈에 :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

가호 : "나도."

시즈에  :  "미안해. 일하는 중일텐데 방해해서.   ....  "다음 주쯤에 만나서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

가호 : "그래, 좋아."

시즈에  : "그럼, 잘 지내."

지극히 평범한 여자 친구들의 대화 한 장면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뭐, 평소 제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줄 알았습니다. 연애는 하되 결혼은 별 생각 없는 시즈에와 5년 전 애인을 잊지 못하는 가호를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시즈에와 가호의 관계만큼은 완전 공감했습니다. 여자들의 우정?  수많은 여자 친구들과 딱 그 친구만을 구분짓는 그것.  2007년 출간된 책 표지에 그려진 홍차 잔처럼... 참 예쁩니다, 홀리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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