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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기억은 늘 왜곡되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기억이 진짜라고 착각하면서.
<초크맨>을 읽는 내내, 정말 헷갈렸습니다.
2016년 마흔두 살의 에드는 과연 30년 전의 그 일을 정확히 기억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초크맨의 정체는, 끝까지 읽기 전에는 예단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의 시초가 언제였는지 서로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입니다.
뚱뚱이 개브가 생일선물로 분필이 담긴 통을 받았을 때인지, 에디와 친구들이 분필로 사람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인지, 아니면 초크맨이 저절로 등장하게 된 것인지...
머리 없는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온갖 소문이 돌았지만 진짜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죽은 소녀가 댄싱 걸(이름이 일라이저였다)이며, 핼로런 선생님이 범인일 거라는 추측일 뿐이었습니다. 에디는 분명히 핼로런 선생님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겨우 열두 살 소년이었으니까.
이 소설은 1986년과 2016년을 오가며 주인공 에드의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줍니다.
처음에는 사건의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살던 낡은 집에서 여전히 독신으로 지내는 에드가 보였습니다. 에드 본인조차 외면했던 열두 살 소년의 트라우마. 그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끔찍한 기억들이었고, 그 자체가 하얀 초크맨의 기억으로 남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던 에드 아빠처럼 에드에게 초크맨은 영영 잊혀질 줄 알았는데....
"우리는 스스로 해답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정답이다.
그게 인간의 천성이다.
우리는 원하는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질문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뭔가 하면 진실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실은 그냥 진실인 습성이 있다.
우리는 그걸 믿느냐 믿지 않느냐만 선택할 수 있을 따름이다." (242p)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에드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를 의심했는데...
결국 초크맨의 정체보다 더 강렬하게 남는 건 뚱뚱이 개브가 에드에게 한 말입니다.
"예전에 누가 그러더라. 비밀은 똥구멍이랑 같다고. 없는 사람이 없다고. 남들보다 더 더러운 사람만 있을뿐." (245p)
<초크맨>에서 그 비밀을 보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