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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 2019년 북스타트 선정도서, 2019년 책날개 선정도서,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마을 27
우미정 지음 / 책고래 / 2018년 7월
평점 :
그림책 속에 초원이 펼쳐져 있어요.
넓은 초원 위에는 여러 동물들이 보여요.
얼룩말, 물소, 코끼리, 치타, 하이에나, 사자...
초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수많은 생명들이 머무는 곳.
그 곳에 바람이 불 때,
곧 비가 올 것을 알 때... 다시 움트고 다시 움직이는 곳.
<초원>을 보면서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매우 감각적으로 그려낸 초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역동적인 생명력을 느끼게 돼요.
'아~ 살아있구나.'
'조용히 사라지는구나.'
'다시 또 삶은 시작되는구나.'
삶과 죽음을 이토록 덤덤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인간적으로 느끼는 삶과 죽음의 감정과는 뭔가 다른 것 같아요. 이래서 자연은 위대하구나라는 깨달음이랄까.
북적대는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와 초원 위를 노니는 동물들은 다른 듯 같아요.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언젠가는 사라지죠.
하나의 생명이 저물면 또다른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
<초원>은 자연그림책이면서 멋진 작품집 같아요.
유명한 명화집이 아니라 아이들의 그림책에서 놀라운 '그림의 힘'을 경험하게 되네요.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는 초원의 모습 그대로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실제로 초원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아마도 이 그림책에서 봤던 그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아이들 그림책이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그런지는 그림책을 직접 봐야 알 수 있어요. 특히나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에요.
문득 작가님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초원>은 우미정 작가님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하네요.
'이제 막 서른을 넘어선 작가의 녹녹치 않은 속앓이가 담긴 그림책' - 출판사 서평 중에서
뭘 많이 담아내지 않아서, 도리어 내 안의 뭔가를 끄집어내게 되는 그런 그림책이에요.
근래 읽은 책에서 수학자 박형주 교수님의 일화가 떠올랐어요.마사이마라에서 누 떼의 대이동을 찍기 위해 현지 마사이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촬영을 했대요. 고마운 마음에 신세를 진 마사이족 몇 명에게 평원에 나가 염소고기 바비큐 파티를 열자고 했대요. 그런데 촬영 내내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심상치 않아 비가 올 것을 걱정했더니 마사이가 비는 안 올거니 그냥 나가자고 했대요. 그 말만 믿고 나가서 불을 지피는데, 비가 쏟아지더래요. 야속한 마음에 짐을 챙겼더니, 그중 연장자인 한 마사이가 "이건 비가 아니야. 바람일 뿐이지"라면서 떠날 생각을 않더래요. 일단 근처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며 10분쯤 기다렸더니, 진짜로 비가 그치고 하늘이 청명해지더래요. 결국 마사이식 염소 바비큐를 맛나게 먹고 밤하늘에 펼쳐진 별과 은하수까지 즐길 수 있었대요. 멀리서 내리는 비를 바람이 잠깐 가져온 것일 뿐이라는 그 마사이의 말대로, 그날 저녁 평원에 비는 없고 바람만 있었다고 해요. 어쩌면 우리 인생의 시련도 비가 아니라 잠시 지나는 바람일 뿐이라는 걸, 아프리카 바람이 알려준 거죠.
<초원>을 보면서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