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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구미호 ㅣ 블랙홀 청소년 문고 7
김태호 외 지음 / 블랙홀 / 2018년 7월
평점 :
책 표지의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요.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듯, 약간 충혈된 것 같아요.
바로 이웃집 구미호.
하나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다섯 작가의 섬뜩한 다섯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표지 그림을 한참 보다가 구미호에 홀릴 뻔 했어요. 왠지 내 두 눈이 따끔따끔 아픈 느낌이랄까. 우연이겠지만 이 책을 본 다음날 눈이 충혈되고 엄청 아팠거든요.
또 평소에 안꾸던 꿈도 꿨어요. 온갖 귀신들이 등장하는 꿈 때문에 살짝 가위에 눌렸어요. 물론 요즘 열대야라서 종종 자다가 깨곤 했지만.
모두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이웃집 구미호>를 읽고 난 후의 우연.
어릴 때는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을 통해서 다양한 귀신을 봤어요. 긴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 피범벅이 된 귀신, 달걀귀신, 내 다리 내놔 귀신 등등. 어찌나 무서웠는지 무더위 찜통 더위 속에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똑같이 소름돋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무섭지만 재미있어서 자꾸 보게 되는 치명적인 매력.
<사라진 얼굴>의 달걀귀신, <이웃집 구미호>에서 구미호, <지박령 열차>의 지박령, <소녀가 돌아올 때>의 처녀귀신, <재차의를 찾아서>에서는 한국 토종 좀비까지.
짧지만 꽤 무섭네요. 귀신 자체가 무섭다기 보다는 귀신 이야기 속에 담긴 암담한 현실이 무섭다고 느꼈어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불쌍하다 못해 슬펐어요.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점점 아이들 얼굴은 생기를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게되는 병에 걸린 것 같아요. 부모로서 반성하게 되는 <사라진 얼굴>이었어요.
옆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부분 남의 일이니까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나의 무관심과 방치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막지 못한 거라면? <이웃집 구미호>는 단순히 무서운 구미호 이야기로 보이지만 우리의 주변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와 공포를 표현한 것 같아요.
악플이나 따돌림 등 타인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 그들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말 것. 아무도 그들이 어떤 고통의 무게를 짊어졌는지 모르므로.
<지박령 열차>를 읽으면서 눈물이 났어요. 죽어서도 한이 남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지박령이 하필이면 돌고 도는 순환 열차에 갇혔다는 설정이 마음 아팠어요. 눈 앞에 사랑하는 엄마가 보이는데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게 슬펐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하는 엄마를 떠올리면 힘을 내기를.
<소녀가 돌아올 때>는 공포영화 같은 내용이에요. 죽은 소녀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무섭지만 어떤 위협도 하지 않는 귀신의 등장으로 정말 놀라야 할 사람은 따로 있지요. 그래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악인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않는 인간만큼 공포스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재차의를 찾아서>는 다섯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어요. 신비한 '환생 장의사' 할아버지와 호기심 많은 소년 동찬이의 만남부터 심상치 않아요. 원래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의 등장 자체가 신선해서 색다른 오싹함을 주는 것 같아요. 짧은 이야기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네요.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