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실망시키기 - 터키 소녀의 진짜 진로탐험기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오즈게 사만즈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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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실망시키기>라는 제목이 멋지다고 느꼈어요.

터키 소녀 오즈게의 진짜 진로탐험기~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해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찾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시킬 때가 있죠.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님을 실망시킨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에요. 그래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해요.

오즈게는 어떻게 용기를 냈을까요.

이 책이 재미있는 건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라서 실감난다는 거예요. 완전 현실적인 에피소드.

주인공이라서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졌거나 대단한 행운이 따르는 일은 없어요.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

덕분에 오즈게의 삶을 보면서 문득 과거의 나를 떠올릴 수 있었어요. '맞아, 학교 다닐 때 저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지.'

더욱 놀라운 건 터키에서 벌어진 일들이 과거 우리나라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거예요. 쿠데타, 군사 독재, 학교 체벌, 군대 같은 학교, 체육시간의 제식훈련, 하나뿐인 TV채널,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여성 차별, 획일적인 엘리트 코스, 치열한 입시 경쟁 등등. 아이들의 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직된 환경 속에서 오즈게처럼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아이는 적응하기 힘들어요.

왜 터키가 우리나라와 정서적 공감대가 많은지 궁금했는데, 오즈게가 살아온 환경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릴 때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 혹은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죠. 그래서 자신의 꿈보다는 부모님의 현실적인 조언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요.

오즈게 역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사회가 바라는 대로 정해진 코스를 따랐어요. 원래 오즈게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모두가 말렸죠.  "먼저 일류 대학에 입학해라, 연기는 취미로 하고." 그래서 과학고에 진학했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보스포러스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가장 점수가 낮은 수학과에 응시했어요. 운 좋게 합격했지만 문제는 수학을 잘 못한다는 거예요. 나름 노력했지만 성적은 형편없었죠. 그러다가 여름방학부터 연극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두 학교를 오가는 상황이 되었어요. 아빠의 반대 때문에 수학과를 그만둘 수 없었거든요. 수학과에 가면 연극인이었고, 연극 학교에 가면 수학자가 되었어요. 그렇게 두 학교를 오가며 3년을 보냈지만 결국 연극 학교에서 쫓겨났어요. 불안한 마음에 수학과 졸업을 위해 애썼어요. 이제 수강할 마지막 과목 하나만 남았어요. 친구들이 공부를 도와주려고 모였어요. 그때 오즈게의 수학 공책을 본 친구들이 말했어요.

"나 줘. 네 낙서들이 네가 공책에 쓴 증명들보다 더 값지다."

"히히히! 이건 내 거!"

그건 오즈게가 수학 공책에 그린 낙서들이었어요.

"넌 될 수 있어. 화가 말이야!  지금이라도!"

친구들의 응원을 받고서 오즈게는 생각했어요. '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러다 실패하면?'

주변에 실패한 사람들은 많아요. 오즈게도 실패할 수 있어요. 그러나 오즈게는 알게 됐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한다는 걸. 설령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라 해도.

<당당하게 실망시키기>는 오즈게의 용기로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시종일관 솔직발랄한 오즈게의 성격이 작품 속에 그대로 묻어난 것 같아요. 왠지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져요. 멋진 인생은 남이 만들어주지 않아요, 스스로 만들어야죠. 오즈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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